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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육아빠? 평범한 후원자! 정우열 후원자님 2017.10.10 581

‘육아빠’로서는 특별하지만,
후원자로서는 평범한 사람.

여기, 좋은 후원자가 아니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가
다른 후원자들에게 전하는 공감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육아할 때 아이만큼이나 부모 자신의 감정이 중요한 것처럼,
후원할 때도 후원자님의 마음 상태가 중요합니다.
얼마든지 평범한 후원자여도 괜찮습니다.
조금만 힘을 빼고 관점을 달리해 보세요. 마음이 한결 편해질 거예요.”

본업인 진료와 상담 이외에도 집필, 블로그, 방송, 강연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육아빠’ 정우열 후원자님을 도곡동의 한 병원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왜 ‘육아빠’냐고요?

첫째 은재(현재 6세)가 태어났을 때가 제 휴직 시기와 우연히 맞아떨어졌어요. 저는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수유를 위해 2시간마다 깨는 것까지 아내와 육아의 전반을 함께했습니다. 원래는 복직도 같은 시기에 할 계획이었지만, 아이를 맡길 데도 마땅찮고 저와 아이 사이의 애착이 강해 결국 9개월여를 전업 아빠로 살게 되었습니다. 엄마들이 흔히 달고 사는 허리디스크, 만성 위염, 게다가 정신과 의사인데 육아 우울증까지… 산전수전 다 겪었지요. 이 육아 에피소드들을 블로그에 포스팅한 것이 공감을 타고 유명해져 ‘육아빠’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첫째를 어린이집으로, 둘째는 할머니 댁으로 데려다주고 출근해 환자를 진료하거나 강의를 하고, 퇴근길에 남매를 차례로 픽업한 뒤 쪽잠을 자며 글을 쓰는 워킹대디입니다.

▲ 육아하다 기절(?)할 정도의 열의와 신념으로 받은 표창장.


평범한 후원자, 그게 바로 접니다

다른 후원자님들 스토리를 보니, 사연에서 엄청난 내공이 엿보이더라고요. 과연 저같이 후원 어린이에게 소홀한 후원자가 인터뷰할 자격이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후원을 시작했던 2009년 저는 레지던트 2년 차 청년이었고, 장기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감도 전혀 없이 친구들 따라 후원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제 평범한 후원 이야기를 먼저 나누기로 마음을 먹은 건, 저처럼 막연히 후원을 시작해서 편지도 자주 안 쓰고 후원금만 겨우 부치는 보통의 후원자님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어요. ‘좋은 후원자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 컴패션 후원자님들이 있다면, 제 이야기를 통해 ‘지금도 잘하고 있다, 괜찮다’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다른 손들이 알게 하라!

하루는 방 정리를 하다가, 종이 액자에 끼워 보관해둔 후원 어린이 사진들을 발견했어요. 아내와 함께 8년의 성장 과정이 담긴 사진들을 찬찬히 보며 생각했습니다. ‘내가 후원하는 어린이가 이렇게 쭉 컸구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네.’ 콜롬비아에 사는 안히에(Angie) 어린이는 첫째 은재와 딱 열 살 차이거든요. 후원을 시작할 당시 8살이었던 사진 속 안히에와 6살이지만 또래보다 키가 큰 은재가 비슷한 연령으로 보여서 그런지, 감회가 더욱 새로웠습니다. 문득, 컴패션과 안히에의 이야기를 제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티를 내는 게 미덕이 아닌가?’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후원 사실을 드러내는 게 더 많은 어린이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왼손이하는일을오른손이모르게하라 #오른손은모르는데다른손들이알게하고있다ㅎ 같은 해시태그(#)로 나름의 유머 감각도 발휘해 올리게 되었죠. 그렇게 나의 ‘진짜’ 첫째 딸, 안히에의 모습이 인스타그램 피드와 제 마음속에 함께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 인스타그램으로 공개한 숨겨둔(?) 나의 첫째 딸, 안히에


육아와 컴패션 후원의 공통점, ‘부모 반, 아이 반’

육아와 후원은 닮은 점이 참 많더라고요. 특히 한 어린이를 전인적 영역에서 끝까지 책임지고 양육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소아나 청소년 환자들을 통해 매일 보고, 듣고, 느끼는 부분이죠. 모든 영역을 어렸을 때부터 균형 있게, 지속적으로 신경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되는 것이나 해외 아동을 책임감 있게 후원한다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거겠죠.

그런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후원 어린이만큼이나 후원하는 주체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쓴 제 책, <균형 육아>에서 ‘육아는 마라톤이다’라고 썼습니다. 요점은 아이를 키우는 당사자, 부모가 20년의 긴 시간 동안 양육자의 역할을 감당하며 지칠 수 있기 때문에, 달릴 때처럼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후원도 마찬가지로, 후원하는 행위 자체나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나의 마음 상태에 더욱 신경을 써주세요.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후원을 더 잘, 지속해서 할 수 있게 되고, 그게 선순환이 되어서 결국 어린이에게도 긍정적으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책에서 ‘공기 반, 소리 반’처럼 ‘부모 반, 아이 반’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후원도 마찬가지네요. ‘후원자 반, 후원 어린이 반.’

▲ 정우열 후원자가 서명과 함께 남겨 준 글. ‘한국컴패션 ♡ 엄마도 사람입니다.’


평범한 부모로 누리는 특별한 기쁨

왜 아이와 함께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둘 다 힘들까요? 바로 사람에게 있는 두 가지 상반된 욕구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혼자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싶은 ‘독립(자유) 욕구’가 충족될 수 없어서 뭔가 아쉽고, 힘들고, 외롭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아이 반, 부모 반’으로 함께하는 육아를 통해 누군가와 심리적으로 밀착되고 싶어하는 욕구인 ‘의존(친밀감) 욕구’가 충분히 채워집니다. 육아하는 아빠로서, 아이들이 먼저 그 교감을 기억하고 나에게 표현해줄 때 느끼는 감정이란 엄청나지요. 아이와 깊고 친밀한 관계를 통해,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에게도 동일하게 있는 이 감정 욕구가 충족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들에서 평범한 부모가 아이와 교감하며 누릴 수 있는 기쁨과 보람을 온전히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부모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보물들이거든요. 예를 들면, 날씨가 참 좋았던 어제 오후 제가 아이와 함께 공원에서 손잡고 걸었을 때 느꼈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빠랑 손을 잡고 걸으면 기분이 어떻니?”
“행복해요.”
“왜?”
“사랑하니까요.”
“내가 너희들을 사랑하는 걸 어떻게 알았니?”
“잠들기 전, 그리고 아침에 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걸 들었어요.”


▲ 8살에 만난 안히에, 어느새 16살 숙녀가 되었습니다.


육아와 후원의 경험을 통해 만난 하나님 ‘아빠’

제가 만약에 아빠로서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더라면, 또 후원자로서 후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알지 않았을까요? 보통 저희 세대, 특히 남성들에게는 아버지가 어렵고 두려운 존재거든요. 그런데 하나님 아버지에게도 그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했던 거죠. 그런데 제가 직접 아이와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아빠가 되어 보니, 하나님을 크게 오해했음을 깨달았어요. 하나님은 구약의 심판하시는 모습뿐만 아니라 항상 나에게 관심이 있고, 언제든지 무엇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친밀한 ‘아빠’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비록 육아의 현실 속에 기도나 말씀 생활을 할 시간은 부족해졌지만, 하나님과의 관계가 전과는 달리 훨씬 편하고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안히에도 이런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아빠인 저에게, 또 아버지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충분히 느낄 수 있기를 바라요.


안히에, 아빠한텐 다 털어놔도 괜찮아

지금 안히에 나이가 이미 청소년기로 들어섰는데, 화장도 하고 사진 너머로 외모에 신경 쓰는 게 다 보이거든요. 이런 시기일수록 반항심도 생길 수 있고, 학교나 컴패션에서의 교육 자체에 대한 불만이나 회의가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럽고 타당한 일이에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클수록 부모가 자신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데, 그럴수록 부모에게 마음을 더 숨기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 아빠로서 안히에에게, 저한테 편지 쓸 때만큼은 지금 드는 어떤 감정도 애써 부정하거나 억누를 필요가 전혀 없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하나님께는 더더욱 숨길 필요 없다고요. ‘그냥 다 괜찮다, 아빠한테 다 털어놓아도 괜찮다’라고 말입니다.



KBS <안녕하세요> 출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육아빠’가 직접 답해주는 후원자 고민 상담!

Q. 자동이체로 후원금만 매달 보내지, 편지를 자주 못 써 줘서 죄책감이 들어요. 저는 어린이에게 ‘좋은 후원자’가 아닌 것 같아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A. 후원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 뭘까요? 후원금이잖아요. 하하. 우리가 직접 현지 어린이센터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서 컴패션이라는 기관과 현지 선생님들을 통해 대신 양육하는 거니까요. 또 부모도 나쁜 부모는 죄책감 느끼지 않는 것처럼, 후원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건 이미 후원 어린이에 대한 사랑이 크다는 거겠죠. 그러니까 후원의 기본에다 어린이에 대한 사랑까지 갖춘 후원자님은 이미 ‘좋은 후원자’이고, 지금도 잘 하고 계신 겁니다!


Q. 적지 않은 돈으로 후원을 하고 있는데, 어린이의 학업 성적이 좋지 않고 유급으로 졸업까지 늦춰졌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조바심이 듭니다.

A. 부모님, 후원자님들 모두 똑같네요. 아이의 ‘결과’가 좋기를 바라시죠. ‘내가 이렇게 키웠는데, 내가 이렇게 후원하는데’라는 심리가 있어서겠지요. 그런데 아이에게 있어서 부모와의 유전적 연관성 또는 부모 육아의 영향은 많아야 50% 정도이고, 나머지는 아이 고유의 성향이나 재능입니다. 하물며 후원은 어린이의 독립적인 부분이 더 크겠지요. 기도 많이 한다고 해서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아니듯이, 후원과 아이의 학업 성적, 졸업 등은 별개입니다. 그러니까 조바심 내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Q. 편지를 통해 아이의 꿈 이야기를 듣는 것이 기쁨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꿈이 자꾸만 변해요. 제가 어떤 답장을 해줄 수 있을까요?

A. 요즘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데, 꿈이 자꾸 변하는 것도 자연스럽지요. 얼마 전에 방송인 이효리 씨 영상이 SNS상에서 한참 ‘핫’했잖아요. 이경규 씨가 한 중학생에게 ‘커서 훌륭한 사람 돼라’고 했더니, 옆에서 ‘무슨 소리냐, 아무 사람이나 돼라’고 한 영상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저도 한 편지에서 안히에에게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꼭 좋은 학생이 되지 않아도 돼. 네가 원하는 것을 찾고, 가장 흥미 있는 일을 하렴. 그게 ‘꿈’이라는 거란다.’ 와, 그 얘길 제가 이미 2013년에 했더라고요! 방송만 안 탔을 뿐이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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