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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선보다 큰 행복의 조건 이혜연 후원자님 2018.03.06 783

“저희 가족의 유일한 가족사진이에요.
둘째 시환이가 선천성 심장병으로 태어나 병원에서 지낸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어갑니다.
이 사진은 병실 분들이 시환이 100일을 기념하며 찍어 주신 사진입니다.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요.
혜연씨 주변엔 왜 그렇게 아픈 사람이 많고, 무슨 일이 터지고, 행복할 조건이 하나도 없냐고요.
그런데 이거 아세요?
우리가 아프고, 어렵고, 힘든 만큼 하나님과 가까워질 일이 많다는 거.
그것만으로 저는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숨쉴 시간밖에 없음에도
사랑하게 하시는 이유


예전 제 별명이 ‘천하에 이혜연, 가까이 가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어요. 일생을 뒤돌아보면 그렇게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딱 숨쉴 시간밖에 없는 거예요. 학원 운영해야지, 지역아동복지센터 아이들도 무료로 가르쳐야지, 중환자실에 있는 둘째 시환이를 돌보려면 남편, 시어머니와 3년째 초를 다투며 교대해야 하죠. 이렇게 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들어 정작 첫째 아이는 다른 사람의 손에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 마음 한 켠 아린 부분이 있죠.

시환이는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가장 장기간 입원한 아이일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 담당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시환이에게 이제 그만 집에 가라는 말씀을 안 하셨다가, 7번째 수술이 끝난 후 처음으로 집에 가자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께서 살리셨으니 앞으로도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심장장애 1급인 시환이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심장과 폐를 동시에 이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수술은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고, 해외에서도 폐를 이식하는 것은 아직 기술이 부족해서 성공확률이 50:50이라고 해요.

엄마가 된 입장에서는 내 것을 주거나, 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마음이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환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사랑하게 하는 것에 제 의지는 없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를 맡겨 주시는 대로 믿음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 VOC(Voice Of Compassoin) 1기 서약서를 들고

VOC 1기,
희망의 목소리가 되고 나서


저는 한국컴패션 일반인 홍보대사 VOC(Voice Of Compassion) 1기입니다. 2007년 후원자예배에서 첫 모임의 문을 연 VOC는 2008년 1기를 시작으로 2기, 10기로 섬겼고, 올해에도 재헌신을 신청했습니다. 저는 어린이를 양육하는 컴패션의 가치에 동의하여 결혼 전부터 VOC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할 때에는 예배 순서지에 컴패션 스티커를 붙이고, 교회 사람들이 컴패션 티셔츠를 입고 나와 축가로 컴패션밴드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불러주었어요. 결혼 후에는 남편과 같이 VOC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숫기가 없고, 부끄러움이 굉장히 많은 사람입니다. VOC 정기모임에는 예배 시작시간에 맞춰 오고, 끝나면 달음질하기 일쑤였죠. VOC 단체 사진을 찍을 때에도 20여 명 모두 앞에 나가지만 저 혼자 안 찍겠다며 뒤에 있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성경에 나오는 기드온처럼 숨어 있고, 겁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기드온처럼 저를 사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순간순간 어디서 나오는 용기인지 하나님께서는 저를 부르신 자리에 서게 하시고, 말하게 하셨어요. 항상 신기한 것은 저는 가만히 있는데 하나님께서 기회를 만들어 놓으시고, 계획에 순종하게 하시는 겁니다. 부르신 이유와 의미는 나중에 깨닫게 되죠.

컴패션 어린이를 후원하는 과정에서 아이 병원비로 빚이 있어도 후원금을 못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2005년 첫 후원을 시작해서 지금 엘리스, 로단, 마르셀라를 돕기까지 한번도 쉬지 않게 하셨습니다. 왜 걱정이 없고, 두려움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낙담되고 좌절될 때, 컴패션 어린이들을 보면서 ‘내가 이러면 안 되지’하며, 아이들을 위해서 힘을 내고, 제가 받은 감사의 제목을 더욱 붙잡았습니다.

▲ 매년 참여하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슈퍼블루 마라톤 대회

▲ 컴패션밴드 콘서트에서 학원 제자들과 함께한 행사지원 자원봉사


▲ 2017년 한국컴패션 애드보킷 10주년 기념 행사

비우면 비울수록
채우심을 경험하며


작년 말, 한국컴패션 애드보킷 10주년 기념 행사 때 활동 소감을 발표해 달라고 제안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전 주부터 심각한 우울증이 저를 불현듯 엄습해왔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자살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드디어 이해하게 된 거죠. 3년 간 크고 작은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긴 시환이, 갑작스러운 친정 어머니의 수술까지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담임 목사님과 속내를 터놓고 얘기했더니, “혜연아. 너 그냥 아픈 거야. 그건 예수님 믿는 것과 상관 없어.”라고 하셨습니다.

자격 없는 제가 수많은 후원자님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행사 전날 가기로 순종했습니다. 그날 저는 사람들 앞에 서서, ‘나 지금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런데 그럼에도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편한 분위기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니 정말 신기하게도 제 아픔 또한 싹 수그러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행사에 서겠다고 답한 전날, 심장재단에서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시환이의 남은 병원비를 후원하기로 했다고 말입니다. 병원비 10억, 태어나서 이렇게 큰 돈은 세어본 적이 없어요. 액수를 10번, 20번 넘게 세어봤던 것 같습니다. 산전특례자라 일부는 나라에서 감당하고, 심장재단과 또 다른 재단의 도움도 받지만 아직도 남은 빚이 있거든요. 순종한 자의 가난한 마음을 하나님께서 채워주심을 놀랍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 첫째 딸이 그린 가족사진

내 삶의 행복 이유
있는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


중환자실에 삼교대로 있어야 하니까 첫째 딸이 아빠나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2시간도 안 돼요. 제가 학원을 운영하고, 둘째를 돌본다고, 정작 첫째를 제 손으로 키우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녀들을 내 아이라고 생각하면 못 살 것 같더라고요. 자녀를 내 거라고 소유하는 순간, 부모로서 함부로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목표도 집어넣고 싶고, 간섭하고 싶고요.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다 포기시키셨습니다. 하나도 못하게 하셨어요. 그러게요. 사람이 아이를 얼마나 잘 키울 수 있겠어요.

올해 7살이 된 첫째도 아직 제 눈에는 아기잖아요. 엄마 품이 좋고, 떨어져 있기 싫을 테죠. 그 아이가 제 삶을 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얼마나 많이 행복해하고, 감사 제목이 많은지 저절로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가혹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환경과 상황은 저와 아이가, 그 어느 누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있는 그대로 믿고, 따르고, 순종하는 것이 제 삶의 행복의 이유입니다. 큰 딸도 그렇게 키우시는 거죠. 제가 그렇게 변화한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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