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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5m, 구름 아래 그곳에서 ‘함께’ 글 이효진 후원자 / 사진 전민규 후원자ㅣ2018년 9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비전트립 참가 탄자니아 2018.11.07 132
[사진 한 장을 보고]


▶이번 트립 동안 함께한 텐트와 킬리만자로 근처 구름과 멋진 하늘 풍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술을 개발, 연구하고 있는 30대 직장여성 이효진입니다. 저는 컴패션 킬리만자로 챌린지 트립을 우연히 알고, 텐트 아래 구름이 깔린 사진이 참 멋있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탄자니아 어린이들의 화장실을 지어주기 위한 트립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 같아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여행 전 가장 큰 걱정거리]


▶ 이번 컴패션 킬리만자로 챌린지트립을 통해 탄자니아 어린이센터에 새로운 '멋진' 화장실이 생겼습니다.

산행이 힘들거나 정상에 못 오르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아닌, ‘산행이 6일인데 중간에 화장실을 어떻게 가지? 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평소에 여행을 가도 화장실 지저분한 걸 참지 못하는데, 산에서 씻지도 화장실도 못 가는 걸 어떻게 참을 지가 제일 큰 걱정거리였어요. 킬리만자로를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간다면 이렇게 좋은 기회에 가는 게 좋지 라는 마음과 화장실 고민이 막상막하의 무게였죠. 탄자니아 어린이들에게는 화장실 자체가 없는 불편함이 일상인데, 난 고작 며칠도 그 불편함을 참지 못해서 이런 가치 있는 일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니갑자기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졌습니다.


[긴 여정의 시작]


▶오랜 이동 시간동안 함께한 트립 멤버들

직장을 잡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후 첫 후원한 필리핀의 조이(Joy), 연봉이 오르고 월수입이 늘면서 만나게 된 에콰도르의 에스딸린(Jhordan Estalin), 그리고 이번 챌린지 트립을 신청하면서 후원하게 된 파투마(Fatuma). 트립 OT 때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파투마의 사진이 눈에 띄었거든요. 저도 사진 찍을 때 표정이 항상 어색한데 긴장한 모습이 저랑 닮은 것 같았죠.
킬리만자로를 향하는 여정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어요. 대전에서 공항까지 4시간, 인천에서 도하까지 9시간 반, 4시간 대기, 도하에서 킬리만자로까지 6시간, 그렇게 숙소에 도착하기 까지 이동시간 24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하나님의 완벽한 계획]


▶이효진 후원자와 파투마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파투마는 처음에는 낯을 좀 가렸는데, 곰 인형을 선물로 안겨주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금새 친해져서, 나중에는 계속 안아달라고 졸랐어요. 아이의 집을 갔는데, 5식구가 다 누울 수 없을 만큼 집이 좁아서 아이 둘은 근처 할머니 댁에서 잔다고 했어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나 마음이 무거웠는데, 아이는 준비해간 학용품과 과자 선물을 받고 천진난만하게 웃었어요. 가슴이 아렸어요. 하나님이 이 아이를 사랑하셔서 우리를 이곳에 보내셨고, 이 아이를 위한 완벽한 계획을 갖고 계시며, 그 계획 중 하나가 나인 것을 믿는다고 기도했습니다.


[너를 지키기 위해]



파투마와 엄마와 함께 생필품을 사러 함께 도시로 이동하려는데, 파투마의 동생 아이린이 너무 서럽게 펑펑 우는 거예요. 안쓰러워서 허락을 받고 함께 장을 보러 갔습니다. 차 안에서 파투마가 런치박스의 음식을 보고 손에 이것저것 쥐고선 아이린을 주겠다고 하길래, 동생 것도 있다고 하니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움켜쥔 손을 펴는 거예요. 그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동생을 생각하는 이 아이처럼, 지킬 게 있는 사람들은 강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파투마를 지켜주기 위해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kill)리만자로]



출발지점인 롱가이게이트(1950m)까지 차로 가는데 시작도 전에 교통사고로 죽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아프리카가 처음이라 운전이 그렇게 터프할지 몰랐거든요. 버스에 타자마자 집에 가고 싶었으니까요. 4일 동안 등상은 평이한 느낌이었습니다. 빠르게 고도를 높이면 고산병이 올 수 있어서, 무조건 천천히 경사가 심하지 않은 구간을 지그재그로 걸어서인지 특별히 힘들지 않았어요. 3일째부터 몇몇 분들에게 고산병 증상이 나타났지요. 셋째 날 산행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빗줄기가 굵어지고, 고산병으로 힘들어하시는 분이 추위에 떠시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해온 제 판초 우의를 그분께 드렸어요. 서로 의지하며 오르는 킬(kill)리만자로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베리 스트롱 우먼]


▶가이드와 포터들과 함께 킬리만자로 산행중인 이효진 후원자

서밋 나이트(Summit night)는 정말 힘들었어요.12시에 출발해서 헤드랜턴 불빛으로 앞사람 발만 보면서 5시간을 넘게 올라가서 길만스 포인트(Gilman's point)에서 일출을 봤는데, 여기서 정상 우후르피크(Uhuru Peak)까지 2~3시간을 더 가야한다는 말에 아 어떻게 더 가지?’ 싶더라고요. 피크에 올라가니 진짜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감격이 살짝 있었지만, 사진이고 뭐고 빨리 내려가서 쉬고 싶단 생각만 들만큼 힘들었어요. 길만스 포인트에서 내려오는 길에 저희 일행 중 한 분이 힘들어서 주저 앉고 바닥에 눕고 하는 모습을 봤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가이드와 함께 그 분을 부축하고 내려왔어요. 힘내자는 의미로 실없는 농담도 하고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이드에게 베리 스트롱 우먼(very strong women)이라는 말까지 들었어요. 키보헛(Kibo Hut) 도착 후 텐트에 돌아와서 누우니 진짜 200% 소진된 느낌이었고 이렇게 체력적으로 힘든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싶었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 제가 가져간 침낭, 에어매트, 가방까지 가이드와 포터(짐을 지고 함께 등반하는 사람)한테 주면서 괜찮아 난 다신 침낭 쓰는 데 안 갈 거니까농담하며 선물로 건넸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




킬리만자로의 매력은 무엇보다 자연경관인 것 같아요. 올라가는 길에 잠깐 잠깐씩 뒤를 돌아볼 때마다 케냐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경관, 이미 텐트 아래 있는 구름, 구름 위에서 보는 일출, 캠프에서 본 별들, 화성 같은 풍경의 키보헛까지 가는 길, 정상에서 본 만년설, 하산 길에 본 숲의 식물들모든 것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그 광경만큼이나 멋졌던 건 함께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우리 일행들, 가이드, 포터들까지 모두 함께해서 버틸 수 있었고, 그냥 힘든 산행이 아닌 멋있는 도전이 된 것 같아요. 함께함의 힘을 크게 느끼고 배운 여행이었습니다.


[진짜 특별한 경험]



누군가는 킬리만자로 등산하는 것과 아이들 화장실 지어주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차라리 탄자니아까지 가는 데 쓰는 그 돈을 주는 게 더 낫지 않냐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만나고, 또 고난을 나누며 산행을 했던 이 경험은 말 그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진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 가치는 경제적인 논리를 뛰어 넘는 것 같아요. 단순히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것의 기쁨과 가치를 알게 됐으니까요.


[내가 가야 할 길]



아프리카에서 본 아이들의 고통을 어디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내가 저들을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평생 해야 할 것 같아요. 대단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작고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주님 마음을 더 알기를 그 마음 내게 주시기를대단치 않은 작은 일을 하더라도 사랑으로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크고 인정 받는 대단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주님이 내게 원하시는 그만큼은 꼭 해내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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