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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소금1월호] 아프리카 최고봉 올라 아이들의 고통을 받아들이다 이효진 후원자님 ㅣ 2018년 9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비전트립 참가 탄자니아 2019.01.16 417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으로 가는 길,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평생을 살며 이곳을 다녀간 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스스로의 한계를시험해 보고픈 용기가 있는 자라면 한 번쯤 꿈꾸었을 법한 곳. 그러나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은 이가있다. 바로 아이들의 고통을 나누고픈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다는 이효진 씨(36,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사뭇 남다른 동기에 이 땅을밟은 그녀가 벌써부터 보고 싶었다. 대설(大雪)을 앞둔 12월의 어느 날, 한남동컴패션에서 그녀와 마주했다.





가치 있는 도전, 킬리만자로

평생 한 번 갈까 말까 한 아프리카 대륙봉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에올랐다니 처음엔 건장한 산악인을 상상했다.



그런데 웬걸, 1년에 한 번 산에 오를까 말까 할 정도로 산행 경험이없었단다. 동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텐트 밑에 있는구름 사진이 멋있었다나. 하나 덧붙이자면 아이들에게 화장실을 만들어 준다는 컴패션의나눔펀딩이 마음에 들었다고. “산행보다제일 먼저화장실을 어떻게 가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어요. 어느 곳을 여행하든 화장실이 제게는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어느날코이노니아에 대한 설교를 듣다 아이들의 고난을 나눠야겠다는마음이 들었어요. 아이들은 화장실 없는 불편함이 일상인데 고작 며칠을 참지 못해 고민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웠거든요.”




인천공항에서 킬리만자로까지 20시간 정도 걸린다. 롱가이 게이트(Rongai gate, 1,950m)에서 시작된 여정은킬리만자로의 정상 우후루 피크(Uhuru peak, 5,895m)까지5 6일간 이어진다. 산림지대에서 황무지를거쳐 사막지대와 빙하를 만나기까지 풍경은 끝없이 변한다. 킬리만자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고산병. 두통이나 구토, 어지러움 등의 고산병 증상이 나타나면 등산을 멈춰야한다. 건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은 당연하고, 변화무쌍한기후와 환경에 적응이 빨라야 가능한 산행이다. 이효진 씨에게 대뜸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처음부터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했어요. 정상 탈환에 대한 욕심보다 처음부터 가벼운 마음으로뒤처진 일행들과 천천히 걷는 게 더 좋았어요. 심지어는 노래도 부르니까 가이드가 저를 보고 놀라더라고요.” “뽈레, 뽈레(천천히, 천천히)”를 외치는 가이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짧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을소의 걸음보다 느린 코끼리 걸음으로 그녀는 한 걸음씩 내딛어야 했다.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으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천천히.

긍정적인 마음이 아니라면 완주하기 힘든 등정. 그래서였을까. 산행 4일까지는 다행히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힘든 건 5일째 자정부터였다. 랜턴 불빛에만 의지해 정상을 향해 오르는 야간 산행. 그녀는 -20℃의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걸어야 했다. 15시간을 쉬지 않고걸을 수 있을까. 육체의 한계와 마주하는 시간, 고산병에걸려 몸이 힘들어 포기하는 사람도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어서 갈 수 있을까 싶었어요. 모두들 지쳐 힘들어했는데 힘들수록 파이팅을 외치며 걸었어요. 혼자였다면갈 수 없었을 거예요. 일행들, 가이드, 포터들이 서로를 챙기고 응원해 주고, 함께여서 버틸 수 있었어요.” 구름 위에서 보는 일출, 캄캄한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지친 몸을 뒤로할 때 정상에서 바라본 만년설. 그녀는 자연이 주는위로도 좋았지만함께함의 힘이 더욱 멋지게 느껴졌다. 또 하나, 힘들게 정상에 오르고 나서야 아이들의 고통이 온전히 그녀의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이들의 고통을 받아들이다

그랬다. 탄자니아에 온 건 산행 목적이 아니었다. 그녀가 길을 걸으면서도 계속 생각난 건 산에 오르기 전 만난 탄자니아 아이였다. 척박한 환경에서 가난의 한계를 경험하며 삶을 살아내야 하는 아이가 아른거린 것이다. “아이가 사는 환경이 생각보다 열악했어요. 하루에 한 끼 먹고, 밑창이 떨어진 신발을 신고 아이가 내게 달려왔구나…. 마음이 아팠어요. 기도하다 그만 울고 말았죠.” 컴패션 후원을 통해 만난 탄자니아아이와의 인연은 그녀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친구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장례식장에서 알았어요. 치료할 돈이 없어서 그렇게 됐다는 것을요. 그때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어떻게 돈이 없다고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 세상에 돈 많은 사람들은뭐 하는 거지? 라는 화를 가슴에 품고 있다가 대학교 다닐 때, 그친구 기일이었던 당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를 보게된 거예요. 그때부터 제가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 나섰어요.” 그렇게현재 그녀가 품고 있는 아이가월드비전에서 3, ‘컴패션에서 3명이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부터 해외 아동을 후원한 건 아니다. 처음엔 국내에서 백혈병을 앓는 아이들을 도왔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난 지 3년도 안 돼 세상을 떠나는 상황이 반복되자그녀의 마음에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땐더욱이 믿음도 없어서 그만뒀어요. 오랫동안 친해진 아이가 세상을 떠났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다른 아이들을대하는 저 자신이 힘들더군요. 내 마음에 상처가 나니까 내 상처가 더 중요해지더라고요.” 하나님은 정말 계신 걸까.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면 왜 아무 죄도없는 어린아이들이 고통받고 죽어야만 하는 걸까. 봉사를 하는 내내 떠나지 않는 물음표들이 그녀의 삶을꽉 채웠다. 하나님을 알지 못할 때였다.



“사실 돈을 주는 건 쉽잖아요. 이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관계를 맺고기도하는 게 더 어려운 거니까요. 나를 모르는 아프리카 아이에게 돈을 주는 건 쉽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에 품었다가 또 이별을 하는 상황이 무서웠거든요. 그만큼 정서적인거리가 있었어요.” 그러다 서른 살, 그녀는 하나님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내내 품었던 물음표가 사라졌다.

저는 하나님을 알기 전에는 안티 크리스천에 가까웠어요. 하나님을 상상할 수 없었어요. 있어도 나랑 상관없는 분이었죠. 그런데 제가 하나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무렵, 사랑하는 후배가자살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어요. 하나님을 원망했죠. 하나님이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놓으신 거냐고 따졌어요. 어느 날 꿈속에서 그 친구를 보고 잠에서 깼는데, 순간 내가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이, 옆집 아이가 죽었는데 옆집 부모한테가서 내 가슴 아프게 네 자식 죽었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은 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아이가 죽어서내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아픈 분은 하나님인데 내가 이걸 왜 하나님한테 따지고 있지? 이 아이의아픔을 가장 아파할 분은 하나님이구나 싶었어요. 하나님의 깨어진 마음 한 조각이 내 안에 있어서 내가아픈 건데 내가 왜 이러나 싶었죠.”

그때부터 그녀에게?’라는질문은 사라지고 하나님이 가장 슬퍼하실 분이란 것만 남았다. 배고픈 자, 배부른 자 모두가 하나님에게는 동일한 자녀임을 알게 된 것이다. 누군가그녀에게 킬리만자로에 대해 묻는다면, 그녀는킬리만자로의아이들을 말한다. 언제나 아픈 사람들은 있고 힘든 사람들은있는데, 안 보고 사는 게 속 편하니까 울타리를 치고 사는 것. 우리가항상 외면하고 있는 진실일지도 모른다.

저 또한 그렇게 살았어요. 그걸주변 사람들한테 더 이야기해 주고 싶더라고요. 저 자신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지만, 하나님이 주신 마음은 제 안에만 있지 않고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흘려 보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녀는 킬리만자로를 내려오면서 다시 새로운 물음표 하나를 얻었다. 자신이본 아이들의 고통을 어디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하나님께 물었다. 저 아이들을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를.



지구에서 가장 큰 휴화산(休火山) 킬리만자로. 화산으로서의 생명은 끝났지만, 사람들은 이 땅을 밟으며 자연이 건네는위로를 느낀다. 사랑을 준다고 느끼지만, 결국 사랑을 받고있음을 깨닫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흘러가는 것, 그것이 곧함께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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