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스토리

나는 제빵왕을 꿈꾸는 로베르토입니다

  • 국가 에콰도르
  • 작성일 2013-07-05


빵 만들기에 한창인 15살 소년, 로베르토(Roberto
Zambrano)의 눈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밀가루 반죽을 힘있게 치대고, 빵 모양을 만들어, 오븐에 넣는 매 순서마다 정성을 들이는 로베르토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에콰도르의 수도인 키토(Quito) 시에서 멀지 않은 빈민가, 로베르토는 이곳 컴패션어린이센터에서 직업훈련의 일환으로 제빵실습을 받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빵을 굽다 보니, 얼굴이 금세 땀 범벅이 되었지만 즐겁기만 합니다. 드디어 오븐에서 뽀얗게 부풀어 오른 빵을 꺼냅니다. 선생님이 빵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묻자, 로베르토는 어눌하지만 정확하게 대답합니다.
 
“아빠한테 갖다 줄게요.”
 
들뜬 마음으로 달려간 집.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빠는 오늘도 늦나 봅니다. 아버지에게 빨리 빵을 드리고 싶은 기대감에 문 쪽을 열심히 바라보던 로베르토는 시간이 지나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밤, 문이 열리고 무서운 표정의 아버지가 들어왔습니다. 벌떡 일어난 로베르토가 인사하는 말을 듣기도 전에 아버지는 침대에 누워 버렸습니다. 빵은커녕, 로베르토가 있는지조차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좁은 집 안에 술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예전에 로베르토의 아버지 라몬(Ramon)은 사랑이 많고 자상했습니다. 힘든 노동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건강하지 못한 아들을 생각해 항상 먼저 챙겼던 아버지였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변했습니다. 아버지는 곧 코를 골며 잠 들었고, 로베르토만 혼자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었습니다.
 

가난한 부부
 
로베르토가 사는 칼데롱(Calderón) 마을의 빈민가는 일자리가 적어 매우 살기 어려운 곳입니다. 로베르토가 태어나기 전, 건강하고 성실한 청년이었던 아버지 라몬은 매일 새벽 3시간을 걸어 인력시장에 가서 일감을 구했습니다. 일을 구하지 못하던 날도 많았지만, 운이 좋을 때에는 일주일에 3~4일 정도 건축현장에서 노동일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한 날은 하루 한 끼 정도 먹을 수 있는 돈을 벌었습니다. 때로는 유혹도 있었습니다. 인력시장에서 빈털터리로 돌아올 때면, 같이 서서 일자리를 구하던 사람들이 범죄조직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아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지만, 아버지는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곧이어 아버지는 동네의 아름답기로 소문 난 빅토리아(Victoria)와 결혼했고, 아들 로베르토가 태어났습니다.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들. 마을에서는 장애 어린이가 태어나면 방치해 버리거나남몰래 버리고는 했습니다.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한 형편에 장애 어린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코 로베르토를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로베르토를 키웠습니다. 다들 몇 년 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은 부모의 이런 사랑을 반증이라도 하듯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쌀을 불려 만든 죽 한 그릇과 비스킷 두 조각이 하루 식사의 전부였지만, 매일 일을 마친 아버지가 돌아오면 가족은 식사를 앞에 두고,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들의 감사하는 마음에 뜻밖의 축복이 찾아왔습니다.
 

선물처럼 찾아온 하루
 

 
로베르토가 6살 되던 해, 컴패션어린이센터 선생님이 찾아와 로베르토에게 필요한 치료와 교육을 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어린이센터에 등록되어 학교 교육은 물론 장애를 위한 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부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후원자를 통한 도움이어서 아무 걱정 없이 혜택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그저 기쁨의 눈물만 흘렸습니다.
 
“우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기라도 한다면 누가 로베르토를 돌봐 줄지 늘 걱정이었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어머니는 로베르토가 컴패션에 등록된 첫 날, 뒤에서 수업을 참관했습니다. 동네에서 놀림을 많이 당하는 로베르토가 컴패션에서도 놀림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로베르토를 따돌리거나 놀려대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대하는 컴패션 어린이들을 보며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이제야 제대로 된 양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지능력과 언어능력이 현저히 낮은 로베르토의 컴패션 적응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수업을 따라갈 수도 없었고, 친구들과 말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안젤리카(Angelica) 선생님은 로베르토를 위해 전문적인 아동심리상담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카드, 그림, 몸짓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며, 로베르토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또렷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로베르토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도 이 말을 가장 많이 해주었습니다. 물론 로베르토의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가장 감동한 사람은 바로 로베르토의 부모였습니다. 세 식구는 이렇게 계속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빈자리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찌르는 듯한 복통이 계속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단순한 배탈일 것이라고 생각해 참기만 했습니다. 결국 여느 때처럼 아들을 데리러 어린이센터에 가던 길에서, 극심한 고통으로 쓰러졌고, 병원에서는 청천병력과 같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신장암 말기였습니다. 손쓸 새도 없이, 어머니는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로베르토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컴패션 선생님들과 친구들, 직원들이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주었고 로베르토와 아버지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슬픔을 삭이며 앉아 있던 아버지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장례식 후 멍해 있던 아버지는 점점 말수가 줄더니 일하러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급기야 평소 마시지 않던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눈을 마주쳐 주지도, 웃어주지 않았습니다. 로베르토는 변해버린 아버지가 무섭고 낯설었습니다.
 
어머니와의 갑작스런 이별, 아버지와 멀어진 관계 때문에 로베르토는 기가 죽고 의기소침해졌습니다. 선생님들은 세수도 않고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센터에 나오는 로베르토에게 뭔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렸고, 이전보다 더 자주 가정방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로베르토를 위해 청소며 빨래, 끼니를 챙겨주었습니다.


엄마는 좋은 곳으로 간 거예요.”
 
어느 이른 아침, 아버지가 뜻밖의 빵 냄새를 맡고 일어났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로베르토가 뭔가를 보여주고는 했는데 아버지는 그날 처음, 빵 냄새를 맡았던 것입니다. 마침 컴패션에 나갈 준비를 하던 로베르토가 반가운 얼굴로 아버지에게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만들었다며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른 빵을 보여 주었습니다. 술이 덜 깬 아버지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자기 손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이 직접 만들었다며 보기에도 좋은 빵을 내밀었으니까요. 로베르토의 더듬거리는 말을 통해 컴패션에서 직업훈련의 일환으로 제빵기술을 가르쳐 주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해 있는 아버지에게 로베르토가 말을 건넸습니다.
“아빠, 괜찮아요. 엄마는 좋은 곳으로 가신 거예요.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아버지는 자신이 제대로 이야기를 들은 것인가 싶은 마음에, 아들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아들 로베르토는 어머니가 천국에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고, 훗날 천국에서 함께 만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퀭한 두 눈에서 비로소 눈물이 났습니다. 아버지는 그 동안 자신이 왜 그렇게 힘들었고, 왜 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입을 통해 들었습니다. 아내가 좋은 곳으로 갔으며,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요.
 
아버지 스스로는 미처 몰랐지만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아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자 그 동안 참았던 슬픔을 쏟아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지 못한 못난 남편, 아내가 보고 싶은 너무도 아픈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작고 연약해 보이기만 했던 아들은 자신이 절망에 빠져 있을 동안에도 잘 견뎌주었고, 이제 아버지를 위로하는 아들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마침내 눈물을 멈추고 힘을 내어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너는 나의 감사란다!”
 
아내가 죽자 한 순간에 삶에 대한 의미를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혼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웠어요. 특히 아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언제 아들이 이렇게 컸나 싶습니다. 그 동안 저희 집에 찾아와 위로하고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아들을 이렇게 훌륭히 돌봐주시고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 다시 힘을 내겠습니다.”

 
아버지는 로베르토를 잘 돌볼 수 있기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새로 찾았습니다. 컴패션의 도움을 받아 종이가방에 필요한 끈 만드는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아들을 위해 세수도 시켜주고, 밥도 챙겨주는 사랑 많은 아버지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로베르토는 컴패션 1:1어린이결연프로그램을 마친 뒤, 컴패션의 도움으로 엘 트리앙굴로 재단(El Triángulo Foundation)에서 제빵 기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엘 트리앙굴로 재단은 에콰도르에 몇 개 안 되는 장애어린이를 위한 재단으로 장애를 가진 자녀의 부모라면 누구라도 보내고 싶어하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의 학비와 생활비 일부를 컴패션이 맡아 주었습니다. (컴패션에서는 어린이가 고등학교를 마친 후에도, 경제적 자립을 위해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양육보완프로그램 중 교육 지원을 제공하여 어린이가 온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는 제빵사로서 자립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의 손을 잡고 컴패션어린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아들과 저, 둘 다 컴패션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돌봐주시고 로베르토의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작고 연약했던 아들은 이제 아버지의 가장 든든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가난과 장애를 딛고 한 사람의 온전한 성인으로 자랄 때까지 로베르토의 손을 잡고 걸었던 컴패션은 아버지와 아들에게 진정한 가족이 되어 주었습니다.
 
 


빵 만들기에 한창인 15살 소년, 로베르토(Roberto
Zambrano)의 눈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밀가루 반죽을 힘있게 치대고, 빵 모양을 만들어, 오븐에 넣는 매 순서마다 정성을 들이는 로베르토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에콰도르의 수도인 키토(Quito) 시에서 멀지 않은 빈민가, 로베르토는 이곳 컴패션어린이센터에서 직업훈련의 일환으로 제빵실습을 받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빵을 굽다 보니, 얼굴이 금세 땀 범벅이 되었지만 즐겁기만 합니다. 드디어 오븐에서 뽀얗게 부풀어 오른 빵을 꺼냅니다. 선생님이 빵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묻자, 로베르토는 어눌하지만 정확하게 대답합니다.
 
“아빠한테 갖다 줄게요.”
 
들뜬 마음으로 달려간 집.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빠는 오늘도 늦나 봅니다. 아버지에게 빨리 빵을 드리고 싶은 기대감에 문 쪽을 열심히 바라보던 로베르토는 시간이 지나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밤, 문이 열리고 무서운 표정의 아버지가 들어왔습니다. 벌떡 일어난 로베르토가 인사하는 말을 듣기도 전에 아버지는 침대에 누워 버렸습니다. 빵은커녕, 로베르토가 있는지조차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좁은 집 안에 술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예전에 로베르토의 아버지 라몬(Ramon)은 사랑이 많고 자상했습니다. 힘든 노동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건강하지 못한 아들을 생각해 항상 먼저 챙겼던 아버지였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변했습니다. 아버지는 곧 코를 골며 잠 들었고, 로베르토만 혼자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었습니다.
 

가난한 부부
 
로베르토가 사는 칼데롱(Calderón) 마을의 빈민가는 일자리가 적어 매우 살기 어려운 곳입니다. 로베르토가 태어나기 전, 건강하고 성실한 청년이었던 아버지 라몬은 매일 새벽 3시간을 걸어 인력시장에 가서 일감을 구했습니다. 일을 구하지 못하던 날도 많았지만, 운이 좋을 때에는 일주일에 3~4일 정도 건축현장에서 노동일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한 날은 하루 한 끼 정도 먹을 수 있는 돈을 벌었습니다. 때로는 유혹도 있었습니다. 인력시장에서 빈털터리로 돌아올 때면, 같이 서서 일자리를 구하던 사람들이 범죄조직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아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지만, 아버지는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곧이어 아버지는 동네의 아름답기로 소문 난 빅토리아(Victoria)와 결혼했고, 아들 로베르토가 태어났습니다.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들. 마을에서는 장애 어린이가 태어나면 방치해 버리거나남몰래 버리고는 했습니다.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한 형편에 장애 어린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코 로베르토를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로베르토를 키웠습니다. 다들 몇 년 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은 부모의 이런 사랑을 반증이라도 하듯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쌀을 불려 만든 죽 한 그릇과 비스킷 두 조각이 하루 식사의 전부였지만, 매일 일을 마친 아버지가 돌아오면 가족은 식사를 앞에 두고,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들의 감사하는 마음에 뜻밖의 축복이 찾아왔습니다.
 

선물처럼 찾아온 하루
 

 
로베르토가 6살 되던 해, 컴패션어린이센터 선생님이 찾아와 로베르토에게 필요한 치료와 교육을 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어린이센터에 등록되어 학교 교육은 물론 장애를 위한 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부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후원자를 통한 도움이어서 아무 걱정 없이 혜택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그저 기쁨의 눈물만 흘렸습니다.
 
“우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기라도 한다면 누가 로베르토를 돌봐 줄지 늘 걱정이었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어머니는 로베르토가 컴패션에 등록된 첫 날, 뒤에서 수업을 참관했습니다. 동네에서 놀림을 많이 당하는 로베르토가 컴패션에서도 놀림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로베르토를 따돌리거나 놀려대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대하는 컴패션 어린이들을 보며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이제야 제대로 된 양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지능력과 언어능력이 현저히 낮은 로베르토의 컴패션 적응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수업을 따라갈 수도 없었고, 친구들과 말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안젤리카(Angelica) 선생님은 로베르토를 위해 전문적인 아동심리상담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카드, 그림, 몸짓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며, 로베르토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또렷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로베르토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도 이 말을 가장 많이 해주었습니다. 물론 로베르토의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가장 감동한 사람은 바로 로베르토의 부모였습니다. 세 식구는 이렇게 계속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빈자리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찌르는 듯한 복통이 계속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단순한 배탈일 것이라고 생각해 참기만 했습니다. 결국 여느 때처럼 아들을 데리러 어린이센터에 가던 길에서, 극심한 고통으로 쓰러졌고, 병원에서는 청천병력과 같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신장암 말기였습니다. 손쓸 새도 없이, 어머니는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로베르토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컴패션 선생님들과 친구들, 직원들이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주었고 로베르토와 아버지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슬픔을 삭이며 앉아 있던 아버지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장례식 후 멍해 있던 아버지는 점점 말수가 줄더니 일하러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급기야 평소 마시지 않던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눈을 마주쳐 주지도, 웃어주지 않았습니다. 로베르토는 변해버린 아버지가 무섭고 낯설었습니다.
 
어머니와의 갑작스런 이별, 아버지와 멀어진 관계 때문에 로베르토는 기가 죽고 의기소침해졌습니다. 선생님들은 세수도 않고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센터에 나오는 로베르토에게 뭔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렸고, 이전보다 더 자주 가정방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로베르토를 위해 청소며 빨래, 끼니를 챙겨주었습니다.


엄마는 좋은 곳으로 간 거예요.”
 
어느 이른 아침, 아버지가 뜻밖의 빵 냄새를 맡고 일어났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로베르토가 뭔가를 보여주고는 했는데 아버지는 그날 처음, 빵 냄새를 맡았던 것입니다. 마침 컴패션에 나갈 준비를 하던 로베르토가 반가운 얼굴로 아버지에게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만들었다며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른 빵을 보여 주었습니다. 술이 덜 깬 아버지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자기 손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이 직접 만들었다며 보기에도 좋은 빵을 내밀었으니까요. 로베르토의 더듬거리는 말을 통해 컴패션에서 직업훈련의 일환으로 제빵기술을 가르쳐 주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해 있는 아버지에게 로베르토가 말을 건넸습니다.
“아빠, 괜찮아요. 엄마는 좋은 곳으로 가신 거예요.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아버지는 자신이 제대로 이야기를 들은 것인가 싶은 마음에, 아들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아들 로베르토는 어머니가 천국에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고, 훗날 천국에서 함께 만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퀭한 두 눈에서 비로소 눈물이 났습니다. 아버지는 그 동안 자신이 왜 그렇게 힘들었고, 왜 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입을 통해 들었습니다. 아내가 좋은 곳으로 갔으며,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요.
 
아버지 스스로는 미처 몰랐지만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아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자 그 동안 참았던 슬픔을 쏟아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지 못한 못난 남편, 아내가 보고 싶은 너무도 아픈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작고 연약해 보이기만 했던 아들은 자신이 절망에 빠져 있을 동안에도 잘 견뎌주었고, 이제 아버지를 위로하는 아들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마침내 눈물을 멈추고 힘을 내어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너는 나의 감사란다!”
 
아내가 죽자 한 순간에 삶에 대한 의미를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혼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웠어요. 특히 아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언제 아들이 이렇게 컸나 싶습니다. 그 동안 저희 집에 찾아와 위로하고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아들을 이렇게 훌륭히 돌봐주시고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 다시 힘을 내겠습니다.”

 
아버지는 로베르토를 잘 돌볼 수 있기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새로 찾았습니다. 컴패션의 도움을 받아 종이가방에 필요한 끈 만드는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아들을 위해 세수도 시켜주고, 밥도 챙겨주는 사랑 많은 아버지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로베르토는 컴패션 1:1어린이결연프로그램을 마친 뒤, 컴패션의 도움으로 엘 트리앙굴로 재단(El Triángulo Foundation)에서 제빵 기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엘 트리앙굴로 재단은 에콰도르에 몇 개 안 되는 장애어린이를 위한 재단으로 장애를 가진 자녀의 부모라면 누구라도 보내고 싶어하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의 학비와 생활비 일부를 컴패션이 맡아 주었습니다. (컴패션에서는 어린이가 고등학교를 마친 후에도, 경제적 자립을 위해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양육보완프로그램 중 교육 지원을 제공하여 어린이가 온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는 제빵사로서 자립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의 손을 잡고 컴패션어린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아들과 저, 둘 다 컴패션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돌봐주시고 로베르토의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작고 연약했던 아들은 이제 아버지의 가장 든든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가난과 장애를 딛고 한 사람의 온전한 성인으로 자랄 때까지 로베르토의 손을 잡고 걸었던 컴패션은 아버지와 아들에게 진정한 가족이 되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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