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컴패션현장

가난이 보낸 편지

  • 작성일 2022-07-01

 

  

  

  

 

  

  

  

안녕, 나는 가난이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을 거야. 나랑 전에 만난 적이 있을 수도 있고. 나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먹어야 할 때 먹을 것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대부분 나를 그렇게 알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이미 이 지구에는 전 세계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릴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이 있는데, 매일 8억 8,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게 말이야. 사실 난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야. 그래서 오늘은 내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해.

  

 

 

알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해. 브라질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 발딜렌(Valdilene)처럼. 나는 그 애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어. 발딜렌이 살던 가난한 농촌 마을은 살기 쉬운 곳은 아니었거든. 심지어 열 살 때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어. 그런 발딜렌이 학교는 잘 다닐 수 있었을까? 정말 간신히 학교에 가끔 나갔지.

 

  

발딜렌이 자라서 세 아이의 엄마가 됐을 때도 나와 함께 있었어. 나도 그 아이들을 만났지. 발딜렌은 아주 힘들어했어.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고통은 물려주게 됐으니까. 아이들이 배고파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힘들어했고, 발딜렌은 자주 울었어. 남편이 시장에 간다고 하고 사라졌을 때는 절망 속에서 무너지는 모습도 봤어. 발딜렌은 이제 혼자서 나를 감당해야 했지. 난 매일, 매시간마다 발딜렌의 가족들이 배 고프게 했어. 배가 아플 정도로 말이야.

  

 

 

어느 날은 발딜렌이 나에게 말하더라고(허공에 대고 말한 거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먹을 것이 없고, 점심 때도 똑같이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대. 하루 종일 먹은 게 없는데, 내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잠에 든다는 거야. 이 공허함과 처절함이 가득한 희망 없는 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하냐고 울부짖더라고.

 

  

이게 바로 내가 하는 일이야.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어. 이대로만 가면 나는 발딜렌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다음 세대까지도 쭉 함께 있을 수 있을 거야.

 

  

다음에 또 편지할게.

 

 

 

  

P.S. 나는 가난이야. 나는 빈 그릇만 주지 않아, 나는 마음도 텅 비게 만들어.

 

 

  

 

 

 

   

 

  

  

  

안녕, 오늘은 발딜렌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

   

  

발딜렌은 정부 지원금 조금과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어. 당연히 세 아이들과 함께 살기에는 매우 부족하지. 뭐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한 끼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어.

   

 

큰 아들 조나스(Jonas)는 학교에서 나눠준 비스킷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서 가져오더라고. 집에 도착할 때쯤엔 비스킷은 거의 가루가 되었지만, 엄마 주려고 챙겨온 거지. 조나스는 장남으로서 어떻게든 엄마를 도우려고 했어. 그래도 자기네들은 학교에서 밥을 먹고 오는데, 엄마는 아무것도 못 먹고 있다는 것을 아는 거지. 부서진 비스킷이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어.

 

 

  

 

P.S. 사실 비스킷 부서지게 한 것도 나야. 나랑 같이 있으면서 깨끗하고 완전한 비스킷을 먹을 순 없잖아. 안그래?

    

 

 

  

어느 날 발딜렌이 친척집에 세 아이와 함께 찾아갔어. 도움을 요청하려고 말이야. 사실 발딜렌은 이렇게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정말 싫었지만, 아이들이 굶고 있는데 어쩌겠어. 친척집에 다녀오고, 너무 힘들어서 길가에 앉아서 있던 발딜렌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어. 한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컴패션 어린이센터에 등록하는 것을 본 거야.

   

   

발딜렌은 궁금했지. 자신의 아이들도 여기에 등록할 수 있는 건지, 여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지 등등. 그런데 차마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어. 그저 기웃거리기만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이즈우네다(Izeneuda) 목사의 눈에 들어가게 된 거야. 목사는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있는 한 여인의 간절한 눈빛을 지나칠 수 없었대. 그래서 발딜렌에게 다가가 컴패션 어린이센터에 아이들을 등록시키고 싶은지 물어봤어. 발딜렌은 감격과 희망이 뒤섞인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하더라고.

 

  

아, 정말이지 그때 그렇게 되도록 두면 안 됐어. 발딜렌의 세 아이 조나스, 가브리엘(Gabriel), 가브리엘리(Gabriely)는 그 어린이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눈빛과 영혼이 변하기 시작했거든. 센터에서는 학교에서 먹던 것보다 더 좋은 음식을 줬고, 심지어 영양을 생각한 건강한 식단으로 먹을 수 있게 됐어.

   

 

불현듯 이제 내가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정신 차려야겠더라고. 내가 이들 곁에 없는 게 말이 되는 일이야? 나도 다 생각이 있어. 다음에 편지할 때 어떻게 됐는지 말해줄게.

 

 

  

 

 

 

  

 

  

  

   

안녕, 지난 번 편지에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할 건지 알려준다고 했지?

 

 

그래, 솔직히 아이들이 컴패션에 등록되고 나서 위기감을 느꼈어. 그래서 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했지.

  

  

나는 단순히 육체적인 배고픔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거든. 나와 오래 함께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게 돼. 이 아이들도 마찬가지지.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상처를 건드렸어.

  

  

아이들은 평생을 나랑 같이 살았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기억 중에 배고픔이 가장 강렬하지. 그 기억이 떠나가지 않게 했어. 아이들이 나를 계속 두려워하고, 언제든지 배고프던 그때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어.

 

 

그래서 세 아이들은 음식에 집착하기 시작했어. 음식이 나올 때마다 필사적으로 먹었지. 배가 불러도 두 접시, 세 접시, 심지어 네 접시까지 먹었어. 가끔 가브리엘리는 과식해서 토하기도 하더라고. 조나스는 여전히 엄마에게 줄 음식을 주머니에 챙겨갔어. 센터에서 받은 피자를 어떻게든 주머니에 넣어 가서 엄마에게 주기도 했지. 가브리엘은 어린이센터 선생님에게 “천국에는 음식이 많아요?”라고 물었어. 선생님들은 그저 귀여워서 웃었지만, 가브리엘은 정말 진심이었지.

 

 

세 아이에게 나타난 식이장애는 어린이센터 선생님들을 걱정시켰어. 이즈네우다 목사는 조나스가 음식을 주머니에 넣어서 가져가는 것을 보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알려주더라고. 사실 센터에서 각 가정마다 매주 음식을 제공해주고 있었거든. 그 외에도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면서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 내가 준 상처를 회복시키려는 거지.

  

  

덕분에 나도 이제 좀 바빠질 것 같아. 내가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수 없다는 걸 보여줘야지. 다음엔 좋은 소식 들려줄게.

 

 

 

  

P.S. 과연 아이들이 음식 앞에서 나를 잊을 수 있을까?

    

   

  

 

 

 

  

 

 

 

  

안녕, 오랜만이네. 생각이 많아져서 좀 늦어졌어.

   

 

지난 편지에서 말한 대로 좋은 소식 들고 왔는데, 네가 좋아할지는 모르겠네.

 

  

발딜렌 가족들의 이야기를 계속해 줄게. 이즈네우다 목사와 어린이센터 선생님들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더 돕고 싶어 했어. 아이들의 식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엄마인 발딜렌과 이야기했지. 발딜렌은 아이들이 차분하게 음식을 먹고, 올바른 식사예절을 갖출 수 있도록 가르쳤어. 가끔 아이들이 울 때는 음식을 주지 않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선생님들과 발딜렌은 이제 아이들이 정말 배고파서 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끝까지 교육했어. 아이들에게 시간이 지나도 내가 주는 배고픔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  

   

  

발딜렌은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 이상으로, 자신도 컴패션을 통해서 회복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어. 진정으로 믿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을 찾았다나. 발딜렌은 도움을 받는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한 마음이 있어서 무언가를 더 요구하기가 힘들었대. 도움이 필요해도 말을 안 했었지. 그런데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발딜렌의 필요를 알아주고, 지지해주고, 사랑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거야. 도움이 필요할 때를 위해서 항상 옆에 있어줬대.

  

   

이제 발딜렌에게 나는 안중에도 없게 됐어. 예전에는 나랑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는데 말이야. 살아가는 모든 부분에서 내가 영향력을 미쳤었거든. 그런데 이제는 내가 발딜렌과 아이들에게 배고픔을 주고, 어려움을 줘도, 컴패션은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희망을 자꾸 주더라고. 이제는 아이들이 음식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도 통하지 않아. 심지어 최근에는 발딜렌이 일도 시작했어. 컴패션에서 지원해줬다더군. 예전에 도움을 청할 줄도 몰랐던 낮은 자존감이 사라진거지.

    

   

발딜렌의 가족이 이즈네우다 목사와 만난 지 벌써 10년쯤 됐을 거야. 이제 나는 곧 발딜렌의 가족에게 완전히 잊혀질 것 같아. 당장 오늘이나 내일 사라질 수도 있어.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못 되더라고.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보통 최악의 상황에서 나를 만난 사람들은 나로 인해 생긴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아. 난 잊혀질 수 없는 존재지. 그런데 지금 웃고 있는 발딜렌의 가족들을 보고 있자니, 그게 썩 좋진 않은 것 같아.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아서 존재한다는 게 말이야.

   

 

그래 사실 나도 알아. 난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 다음 편지는 없을 거야.

  

 

안녕, 너는 정말로 잘 지내길 바랄게.

 

 

 

  

P.S. 이 가족 사진을 봐, 누가 나랑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겠어? 정말 행복해 보이잖아.

  

 

 

 

 

 

  

 

 

  

  

  

 

  

  

  

안녕, 나는 가난이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을 거야. 나랑 전에 만난 적이 있을 수도 있고. 나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먹어야 할 때 먹을 것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대부분 나를 그렇게 알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이미 이 지구에는 전 세계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릴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이 있는데, 매일 8억 8,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게 말이야. 사실 난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야. 그래서 오늘은 내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해.

  

 

 

알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해. 브라질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 발딜렌(Valdilene)처럼. 나는 그 애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어. 발딜렌이 살던 가난한 농촌 마을은 살기 쉬운 곳은 아니었거든. 심지어 열 살 때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어. 그런 발딜렌이 학교는 잘 다닐 수 있었을까? 정말 간신히 학교에 가끔 나갔지.

 

  

발딜렌이 자라서 세 아이의 엄마가 됐을 때도 나와 함께 있었어. 나도 그 아이들을 만났지. 발딜렌은 아주 힘들어했어.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고통은 물려주게 됐으니까. 아이들이 배고파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힘들어했고, 발딜렌은 자주 울었어. 남편이 시장에 간다고 하고 사라졌을 때는 절망 속에서 무너지는 모습도 봤어. 발딜렌은 이제 혼자서 나를 감당해야 했지. 난 매일, 매시간마다 발딜렌의 가족들이 배 고프게 했어. 배가 아플 정도로 말이야.

  

 

 

어느 날은 발딜렌이 나에게 말하더라고(허공에 대고 말한 거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먹을 것이 없고, 점심 때도 똑같이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대. 하루 종일 먹은 게 없는데, 내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잠에 든다는 거야. 이 공허함과 처절함이 가득한 희망 없는 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하냐고 울부짖더라고.

 

  

이게 바로 내가 하는 일이야.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어. 이대로만 가면 나는 발딜렌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다음 세대까지도 쭉 함께 있을 수 있을 거야.

 

  

다음에 또 편지할게.

 

 

 

  

P.S. 나는 가난이야. 나는 빈 그릇만 주지 않아, 나는 마음도 텅 비게 만들어.

 

 

  

 

 

 

   

 

  

  

  

안녕, 오늘은 발딜렌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

   

  

발딜렌은 정부 지원금 조금과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어. 당연히 세 아이들과 함께 살기에는 매우 부족하지. 뭐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한 끼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어.

   

 

큰 아들 조나스(Jonas)는 학교에서 나눠준 비스킷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서 가져오더라고. 집에 도착할 때쯤엔 비스킷은 거의 가루가 되었지만, 엄마 주려고 챙겨온 거지. 조나스는 장남으로서 어떻게든 엄마를 도우려고 했어. 그래도 자기네들은 학교에서 밥을 먹고 오는데, 엄마는 아무것도 못 먹고 있다는 것을 아는 거지. 부서진 비스킷이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어.

 

 

  

 

P.S. 사실 비스킷 부서지게 한 것도 나야. 나랑 같이 있으면서 깨끗하고 완전한 비스킷을 먹을 순 없잖아. 안그래?

    

 

 

  

어느 날 발딜렌이 친척집에 세 아이와 함께 찾아갔어. 도움을 요청하려고 말이야. 사실 발딜렌은 이렇게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정말 싫었지만, 아이들이 굶고 있는데 어쩌겠어. 친척집에 다녀오고, 너무 힘들어서 길가에 앉아서 있던 발딜렌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어. 한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컴패션 어린이센터에 등록하는 것을 본 거야.

   

   

발딜렌은 궁금했지. 자신의 아이들도 여기에 등록할 수 있는 건지, 여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지 등등. 그런데 차마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어. 그저 기웃거리기만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이즈우네다(Izeneuda) 목사의 눈에 들어가게 된 거야. 목사는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있는 한 여인의 간절한 눈빛을 지나칠 수 없었대. 그래서 발딜렌에게 다가가 컴패션 어린이센터에 아이들을 등록시키고 싶은지 물어봤어. 발딜렌은 감격과 희망이 뒤섞인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하더라고.

 

  

아, 정말이지 그때 그렇게 되도록 두면 안 됐어. 발딜렌의 세 아이 조나스, 가브리엘(Gabriel), 가브리엘리(Gabriely)는 그 어린이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눈빛과 영혼이 변하기 시작했거든. 센터에서는 학교에서 먹던 것보다 더 좋은 음식을 줬고, 심지어 영양을 생각한 건강한 식단으로 먹을 수 있게 됐어.

   

 

불현듯 이제 내가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정신 차려야겠더라고. 내가 이들 곁에 없는 게 말이 되는 일이야? 나도 다 생각이 있어. 다음에 편지할 때 어떻게 됐는지 말해줄게.

 

 

  

 

 

 

  

 

  

  

   

안녕, 지난 번 편지에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할 건지 알려준다고 했지?

 

 

그래, 솔직히 아이들이 컴패션에 등록되고 나서 위기감을 느꼈어. 그래서 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했지.

  

  

나는 단순히 육체적인 배고픔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거든. 나와 오래 함께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게 돼. 이 아이들도 마찬가지지.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상처를 건드렸어.

  

  

아이들은 평생을 나랑 같이 살았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기억 중에 배고픔이 가장 강렬하지. 그 기억이 떠나가지 않게 했어. 아이들이 나를 계속 두려워하고, 언제든지 배고프던 그때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어.

 

 

그래서 세 아이들은 음식에 집착하기 시작했어. 음식이 나올 때마다 필사적으로 먹었지. 배가 불러도 두 접시, 세 접시, 심지어 네 접시까지 먹었어. 가끔 가브리엘리는 과식해서 토하기도 하더라고. 조나스는 여전히 엄마에게 줄 음식을 주머니에 챙겨갔어. 센터에서 받은 피자를 어떻게든 주머니에 넣어 가서 엄마에게 주기도 했지. 가브리엘은 어린이센터 선생님에게 “천국에는 음식이 많아요?”라고 물었어. 선생님들은 그저 귀여워서 웃었지만, 가브리엘은 정말 진심이었지.

 

 

세 아이에게 나타난 식이장애는 어린이센터 선생님들을 걱정시켰어. 이즈네우다 목사는 조나스가 음식을 주머니에 넣어서 가져가는 것을 보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알려주더라고. 사실 센터에서 각 가정마다 매주 음식을 제공해주고 있었거든. 그 외에도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면서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 내가 준 상처를 회복시키려는 거지.

  

  

덕분에 나도 이제 좀 바빠질 것 같아. 내가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수 없다는 걸 보여줘야지. 다음엔 좋은 소식 들려줄게.

 

 

 

  

P.S. 과연 아이들이 음식 앞에서 나를 잊을 수 있을까?

    

   

  

 

 

 

  

 

 

 

  

안녕, 오랜만이네. 생각이 많아져서 좀 늦어졌어.

   

 

지난 편지에서 말한 대로 좋은 소식 들고 왔는데, 네가 좋아할지는 모르겠네.

 

  

발딜렌 가족들의 이야기를 계속해 줄게. 이즈네우다 목사와 어린이센터 선생님들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더 돕고 싶어 했어. 아이들의 식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엄마인 발딜렌과 이야기했지. 발딜렌은 아이들이 차분하게 음식을 먹고, 올바른 식사예절을 갖출 수 있도록 가르쳤어. 가끔 아이들이 울 때는 음식을 주지 않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선생님들과 발딜렌은 이제 아이들이 정말 배고파서 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끝까지 교육했어. 아이들에게 시간이 지나도 내가 주는 배고픔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  

   

  

발딜렌은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 이상으로, 자신도 컴패션을 통해서 회복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어. 진정으로 믿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을 찾았다나. 발딜렌은 도움을 받는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한 마음이 있어서 무언가를 더 요구하기가 힘들었대. 도움이 필요해도 말을 안 했었지. 그런데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발딜렌의 필요를 알아주고, 지지해주고, 사랑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거야. 도움이 필요할 때를 위해서 항상 옆에 있어줬대.

  

   

이제 발딜렌에게 나는 안중에도 없게 됐어. 예전에는 나랑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는데 말이야. 살아가는 모든 부분에서 내가 영향력을 미쳤었거든. 그런데 이제는 내가 발딜렌과 아이들에게 배고픔을 주고, 어려움을 줘도, 컴패션은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희망을 자꾸 주더라고. 이제는 아이들이 음식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도 통하지 않아. 심지어 최근에는 발딜렌이 일도 시작했어. 컴패션에서 지원해줬다더군. 예전에 도움을 청할 줄도 몰랐던 낮은 자존감이 사라진거지.

    

   

발딜렌의 가족이 이즈네우다 목사와 만난 지 벌써 10년쯤 됐을 거야. 이제 나는 곧 발딜렌의 가족에게 완전히 잊혀질 것 같아. 당장 오늘이나 내일 사라질 수도 있어.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못 되더라고.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보통 최악의 상황에서 나를 만난 사람들은 나로 인해 생긴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아. 난 잊혀질 수 없는 존재지. 그런데 지금 웃고 있는 발딜렌의 가족들을 보고 있자니, 그게 썩 좋진 않은 것 같아.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아서 존재한다는 게 말이야.

   

 

그래 사실 나도 알아. 난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 다음 편지는 없을 거야.

  

 

안녕, 너는 정말로 잘 지내길 바랄게.

 

 

 

  

P.S. 이 가족 사진을 봐, 누가 나랑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겠어? 정말 행복해 보이잖아.

  

 

 

 

 

 

  

 

댓글
0 / 300자
  • czxv11
    2022-07-18 15:18:13

    감사합니다 저는 어느덧 30대 청년입니다. 시간이 지나 컴패션의 후원은 후원대로 저의 삶은 저의 삶대로 사랑의 마음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던 오늘날, 정말 마음깊이 묵상을 내용을 알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아 더욱이 생각과 행동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소중한 생명들에게 집중하도록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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