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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신애라가 말 없이 잡은 필리핀 빈민가 엄마의 손

  • 작성일 2023-11-13

배우 신애라와 필리핀 컴패션 현지의 한 여자 어린이 어머니 손이다. 도저히 어린이 엄마의 손이라고 볼 수 없는,

앙상하게 마른 주름 가득한 여인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은 신애라의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다. [사진 허호]

 

 

 

 

어르신이 종종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손이 참 좋다고요. 

컴패션 현지에 가면 어린이나 주변 사람들을 찍곤 하는데, 사진을 찍으며 유심히 관찰하며 보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들의 손입니다. 무언가를 적고 있거나 만들고 있는 손, 아기를 안고 있는 손, 악기를 연주하는 손…. 사람은 다 누구나 손을 가지고 있고 손의 기능은 참 다양하고 많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하며 그 쓸모가 분명하지요. 제가 이처럼 손을 관찰하면서 깨달은 손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잡아준다는 것입니다. 내가 남의 손을 잡았을 때, 내 마음이 전달되고 사랑이 전달되는 것입니다. 또 내가 누군가한테 손을 잡혔을 때는 그 사람의 마음을 전달받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손을 잡아주는 것에는 무언가를 ‘전한다’라는 목적이 있더군요.

 

 

 

 

한국에서 온 방문자들이 작은 어린이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어른들은 숙연하고 때로는 흐느끼고 있지만 아이는 이런 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듯

손님들이 가져온 맛있는 먹을거리에 천진난만하게 집중하고 있다.

 

 

 

 

2006년 처음 필리핀 현지로 컴패션 비전 트립을 배우 신애라 씨랑 갔는데 둘 다 컴패션 현지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린이의 가정을 방문하는 경험도 처음이었습니다. 컴패션에 등록되어 혜택을 받고 있는 아이와 가족들은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 특별히 자신들을 찾아주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며 기뻐하거나 위로를 받곤 했습니다.

 

보통 앉으면 무릎이 닿을 정도의 작은 집에서 오손도손 앉아 살아가는 형편이랄지 아이의 성장 과정이나 아이가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후원자 편지 등을 보여주는 등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지곤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가정을 방문하던 중이었는데, 신애라 씨가 가정 방문한 엄마의 손을 조용히 꼭 잡아 주더군요.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아이들의 나이로 봤을 때 보기보다 훨씬 어렸을 엄마·아빠였습니다. 검게 탄 엄마의 손과 신애라 씨의 손이 연결돼 사람의 체온, 그 이상의 것이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말보다 더 깊은 의미의 행동에서 엄마한테 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손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손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가까이 당겨서 찍을 수밖에 없었죠. 그게 위의 사진입니다.

 

 

 

 

아프리카 어린 아이들의 공기놀이.정말 신기했다.

우리 어릴 때는 주로 여자애들이 밖에 나가서 굴러다니는 돌멩이 중 손으로 만져보면서

동글동글하고 부서지지 않을 다섯 개를 골라 놀곤 했는데,

심지어 놀이 규칙마저 비슷한 이 모습을 아프리카에서 만나다니!

 

 

 

 

유명한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ET’를 보면 인간과 외계인의 손가락이 맞닿는 장면이 나옵니다. 더 유명한 미켈란젤로 명화 ‘천지창조’에도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서로의 손가락이 접촉하는 것으로 묘사한 것처럼 손의 연결은 접속하는, 연결의 의미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악수도 그렇습니다. 처음 본 사람과 인사할 때나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 악수로 마음을 엽니다.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손을 내밀지 않거나 내민 손을 맞잡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어르신이 말할 때 사람 손이 참 좋다는 의미는, 그 수고와 노력 때문일 것 같습니다. 고생한 손이 닿은 곳은 표가 나게 마련이니까요. 깨끗해지거나 뭔가 만들어져 있거나 결과물이 나오지요.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손의 접속도 표가 납니다.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든지, 서로 안아 준다든지 체온이 전달되는 곳에는 마음이 담겨 표가 납니다. 여러 차례 반복되고 쌓일수록 더 표가 나지요. 매일매일 쓰다듬어 주면 더 푸르고 싱싱해진다는 식물처럼 아이들은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급히 먹어 속이 더부룩하다가도 어머니가 등 한 번 쓸어주면 먹은 게 쏙 내려갔던 어릴 적 추억도 새삼 떠오릅니다.

 

 

 

 

2011년 콜롬비아에서 만난 한 어린이. 매일매일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아이의 손을 맞댄 자세가 굉장히 익숙해 보였다. 자주 걸어 마음으로 난 길이 느껴진다. 그 누군가에는 후원자도 있다. 고양이마저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는 듯.

 

말이 투박하거나 표정이 뚱해도 어깨 한 번 툭 쳐주거나, 꼬옥 잡아주는 것으로 손은 더 많은 말을 합니다. 진심을 더 깊게 전해줍니다. 오랜 손에 대한 관찰 결과를 단출하게 정리하다 보니 지금 제 손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원문 바로보기(클릭)▼

[출처 : 중앙일보 더, 오래] 신애라가 말 없이 잡은 필리핀 빈민가 엄마의 손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배우 신애라와 필리핀 컴패션 현지의 한 여자 어린이 어머니 손이다. 도저히 어린이 엄마의 손이라고 볼 수 없는,

앙상하게 마른 주름 가득한 여인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은 신애라의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다. [사진 허호]

 

 

 

 

어르신이 종종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손이 참 좋다고요. 

컴패션 현지에 가면 어린이나 주변 사람들을 찍곤 하는데, 사진을 찍으며 유심히 관찰하며 보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들의 손입니다. 무언가를 적고 있거나 만들고 있는 손, 아기를 안고 있는 손, 악기를 연주하는 손…. 사람은 다 누구나 손을 가지고 있고 손의 기능은 참 다양하고 많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하며 그 쓸모가 분명하지요. 제가 이처럼 손을 관찰하면서 깨달은 손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잡아준다는 것입니다. 내가 남의 손을 잡았을 때, 내 마음이 전달되고 사랑이 전달되는 것입니다. 또 내가 누군가한테 손을 잡혔을 때는 그 사람의 마음을 전달받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손을 잡아주는 것에는 무언가를 ‘전한다’라는 목적이 있더군요.

 

 

 

 

한국에서 온 방문자들이 작은 어린이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어른들은 숙연하고 때로는 흐느끼고 있지만 아이는 이런 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듯

손님들이 가져온 맛있는 먹을거리에 천진난만하게 집중하고 있다.

 

 

 

 

2006년 처음 필리핀 현지로 컴패션 비전 트립을 배우 신애라 씨랑 갔는데 둘 다 컴패션 현지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린이의 가정을 방문하는 경험도 처음이었습니다. 컴패션에 등록되어 혜택을 받고 있는 아이와 가족들은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 특별히 자신들을 찾아주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며 기뻐하거나 위로를 받곤 했습니다.

 

보통 앉으면 무릎이 닿을 정도의 작은 집에서 오손도손 앉아 살아가는 형편이랄지 아이의 성장 과정이나 아이가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후원자 편지 등을 보여주는 등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지곤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가정을 방문하던 중이었는데, 신애라 씨가 가정 방문한 엄마의 손을 조용히 꼭 잡아 주더군요.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아이들의 나이로 봤을 때 보기보다 훨씬 어렸을 엄마·아빠였습니다. 검게 탄 엄마의 손과 신애라 씨의 손이 연결돼 사람의 체온, 그 이상의 것이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말보다 더 깊은 의미의 행동에서 엄마한테 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손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손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가까이 당겨서 찍을 수밖에 없었죠. 그게 위의 사진입니다.

 

 

 

 

아프리카 어린 아이들의 공기놀이.정말 신기했다.

우리 어릴 때는 주로 여자애들이 밖에 나가서 굴러다니는 돌멩이 중 손으로 만져보면서

동글동글하고 부서지지 않을 다섯 개를 골라 놀곤 했는데,

심지어 놀이 규칙마저 비슷한 이 모습을 아프리카에서 만나다니!

 

 

 

 

유명한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ET’를 보면 인간과 외계인의 손가락이 맞닿는 장면이 나옵니다. 더 유명한 미켈란젤로 명화 ‘천지창조’에도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서로의 손가락이 접촉하는 것으로 묘사한 것처럼 손의 연결은 접속하는, 연결의 의미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악수도 그렇습니다. 처음 본 사람과 인사할 때나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 악수로 마음을 엽니다.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손을 내밀지 않거나 내민 손을 맞잡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어르신이 말할 때 사람 손이 참 좋다는 의미는, 그 수고와 노력 때문일 것 같습니다. 고생한 손이 닿은 곳은 표가 나게 마련이니까요. 깨끗해지거나 뭔가 만들어져 있거나 결과물이 나오지요.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손의 접속도 표가 납니다.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든지, 서로 안아 준다든지 체온이 전달되는 곳에는 마음이 담겨 표가 납니다. 여러 차례 반복되고 쌓일수록 더 표가 나지요. 매일매일 쓰다듬어 주면 더 푸르고 싱싱해진다는 식물처럼 아이들은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급히 먹어 속이 더부룩하다가도 어머니가 등 한 번 쓸어주면 먹은 게 쏙 내려갔던 어릴 적 추억도 새삼 떠오릅니다.

 

 

 

 

2011년 콜롬비아에서 만난 한 어린이. 매일매일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아이의 손을 맞댄 자세가 굉장히 익숙해 보였다. 자주 걸어 마음으로 난 길이 느껴진다. 그 누군가에는 후원자도 있다. 고양이마저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는 듯.

 

말이 투박하거나 표정이 뚱해도 어깨 한 번 툭 쳐주거나, 꼬옥 잡아주는 것으로 손은 더 많은 말을 합니다. 진심을 더 깊게 전해줍니다. 오랜 손에 대한 관찰 결과를 단출하게 정리하다 보니 지금 제 손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원문 바로보기(클릭)▼

[출처 : 중앙일보 더, 오래] 신애라가 말 없이 잡은 필리핀 빈민가 엄마의 손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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