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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저물어가는 한 해··· 석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3컷

  • 작성일 2025-11-10

탄자니아 마사이 부족 마을 인근에서 본 한 엄마. 귀가를 서두르고자 하는 발걸음에는 조급함이 가득했지만, 해가 더디 지는 것처럼 발걸음도 더뎌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엄마는 알고 있는 듯했다. 저러다 어느 순간 해는 갑자기 지고 밤이 찾아온다는 것을.

 

 

 

 

한 해가 저무는 순간이 다가오니, 해 저무는 풍경이 절로 떠오릅니다. 이번 한 해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어김없이 흐르고 하루해는 변함없이 매일매일 저물지요. 세상은 한없이 복작복작한데, 계절이나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자연의 흐름은 우리의 복잡한 심사와 달리, 무정할 정도로 흐르고 흘러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사진가로서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해가 지기 직전의 풍경을 좋아하는데, 그중 찍어 놓았던 사진들을 보면서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탄자니아 마사이족 마을을 방문했을 때 석양이 지던 무렵 마침 마사이족 여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귀가하는 여인의 발걸음 속도와 해가 떨어지는 속도가 눈에 보였습니다. 엄마의 급한 마음이 느껴지지만, 원한다고 해서 해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죠. 서두른다고 서두르지만 해는 어김없이 자기 길을 무뚝뚝하게 가고 있었지요.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도로로 지금은 폐쇄된 루트 66. 애리조나 주를 지나던 중 만난 셀리그만이라는 작은 마을. 도시의 석양 풍경은 퇴근길 차를 운전하다 보면 매일 볼 수 있는 굉장히 익숙한데, 의외로 사진으론 표현하기 어렵다. 해가 잘 걸리게끔 하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느낌은 익숙한데, 실제로는 노력을 해야 찍히는 사진이다.

 

 

 

 

해가 떠 있는 낮에는 해를 의식하지 않지요. 석양에는 해를 느낄 수 있어요. 석양이 지면, 곧 어둠이 몰려온다는 쫓김에 의해 해를 의식합니다. 해를 붙잡을 수는 없지만, 절박하게 붙들어야 한다고 하나 붙들어도 붙들 수 없다는 그런 감성이 느껴지지요. 

 

쓸쓸한 거지요. 석양은 쓸쓸함을 품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제가 정말 석양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쓸쓸한 가운데에서도 밤에 대한 기대, 밤이 지나면 해가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루트 66는 미 서부 개척 시대 최초의 도로입니다. 이 도로를 통해 서부 개척이 이루어진 거죠. 미국의 수많은 문학과 영화의 배경이 된 도로이기도 합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 영화 ‘이지 라이더’, ‘바그다드 카페’, ‘델마와 루이스’의 배경이 된 도로지요. 오래된 도로이고, 고속도로 시대를 맞아 구도로 폐쇄된 도로이기도 합니다. 이용되지는 않는 도로이지만, 미국인에게는 ‘마더로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마음의 고향 같은, 어머니의 품 같은 도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도로를 따라 달리다 애리조나주의 셀리그만이라는 소도시를 만났지요. 예전에는 많은 영화를 누렸을 셀리그만은 이제 작고 낙후된 소도시가 되었고, 루트 66의 정취를 잘 담고 있는 마을로 손꼽힙니다. 루트 66을 통해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위시리스트’로 꼽힌다고 합니다. 머나먼 타국의 외지인인 저에게도 낭만적인 프로젝트로 남아 있지요. 석양이 쓸쓸함뿐 아니라 내일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는 것처럼요.

 

 

 

 

역시 루트 66을 지나던 애리조나 주 황야에서 본 석양 속 소의 모습. 

 

 

 

 

루트 66이 옛날 도로이다 보니 야산 지대를 지나갈 때도 있었습니다. 애리조나주를 지나던 중, 해지는 풍경을 뒤로하고 소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시에서 석양을 찍는 일은 매일 만나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지만 사진에 담기 까다롭습니다. 이런 소 사진은 보기도 어렵지만, 감성적으로 와 닿지 않으면 찍기 어렵지요. 감각이 살아 있어야 이런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 부쩍 기도하는 것 중 하나가 감각의 날을 세워 달라는 것입니다. 날이 서 있어야 예리하게 볼 수 있고, 예리한 칼이라야 정교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회 뜨는 장인의 칼 솜씨는 생선이 회가 떠져 있어도 물에 넣으면 헤엄을 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지요. 예리하다는 것은 섬세하다는 의미인데, 그 미묘한 차이를 갈라낼 수 있는 거지, 순간순간의 시간을 조각해낼 수 있는 거고요.

 

그래서 이 기도 제목은 바로 사진가의 기도 제목입니다. 뉴스로 접하나 현실로 접하나 상황은 암담할 수 있는데, 시선을 달리하다 보면 세월은 우리와 상관없이 흐르고 있더군요. 해는 뜨고 또 지고 자연은 나름대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사진들을 보면서 그때의 감성이 살아나고, 현실에 매일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 싶더라고요. 흔한 말로, 세월이 무정해서 지금은 고맙기도 한 것 같습니다.

 

 

  

 

탄자니아 마사이 부족 마을 인근에서 본 한 엄마. 귀가를 서두르고자 하는 발걸음에는 조급함이 가득했지만, 해가 더디 지는 것처럼 발걸음도 더뎌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엄마는 알고 있는 듯했다. 저러다 어느 순간 해는 갑자기 지고 밤이 찾아온다는 것을.

 

 

 

 

한 해가 저무는 순간이 다가오니, 해 저무는 풍경이 절로 떠오릅니다. 이번 한 해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어김없이 흐르고 하루해는 변함없이 매일매일 저물지요. 세상은 한없이 복작복작한데, 계절이나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자연의 흐름은 우리의 복잡한 심사와 달리, 무정할 정도로 흐르고 흘러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사진가로서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해가 지기 직전의 풍경을 좋아하는데, 그중 찍어 놓았던 사진들을 보면서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탄자니아 마사이족 마을을 방문했을 때 석양이 지던 무렵 마침 마사이족 여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귀가하는 여인의 발걸음 속도와 해가 떨어지는 속도가 눈에 보였습니다.

 

엄마의 급한 마음이 느껴지지만, 원한다고 해서 해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죠. 서두른다고 서두르지만 해는 어김없이 자기 길을 무뚝뚝하게 가고 있었지요.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도로로 지금은 폐쇄된 루트 66. 애리조나 주를 지나던 중 만난 셀리그만이라는 작은 마을. 도시의 석양 풍경은 퇴근길 차를 운전하다 보면 매일 볼 수 있는 굉장히 익숙한데, 의외로 사진으론 표현하기 어렵다. 해가 잘 걸리게끔 하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느낌은 익숙한데, 실제로는 노력을 해야 찍히는 사진이다.

 

 

 

 

해가 떠 있는 낮에는 해를 의식하지 않지요. 석양에는 해를 느낄 수 있어요. 석양이 지면, 곧 어둠이 몰려온다는 쫓김에 의해 해를 의식합니다. 해를 붙잡을 수는 없지만, 절박하게 붙들어야 한다고 하나 붙들어도 붙들 수 없다는 그런 감성이 느껴지지요. 

 

쓸쓸한 거지요. 석양은 쓸쓸함을 품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제가 정말 석양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쓸쓸한 가운데에서도 밤에 대한 기대, 밤이 지나면 해가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루트 66는 미 서부 개척 시대 최초의 도로입니다. 이 도로를 통해 서부 개척이 이루어진 거죠. 미국의 수많은 문학과 영화의 배경이 된 도로이기도 합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 영화 ‘이지 라이더’, ‘바그다드 카페’, ‘델마와 루이스’의 배경이 된 도로지요.

 

오래된 도로이고, 고속도로 시대를 맞아 구도로 폐쇄된 도로이기도 합니다. 이용되지는 않는 도로이지만, 미국인에게는 ‘마더로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마음의 고향 같은, 어머니의 품 같은 도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도로를 따라 달리다 애리조나주의 셀리그만이라는 소도시를 만났지요. 예전에는 많은 영화를 누렸을 셀리그만은 이제 작고 낙후된 소도시가 되었고, 루트 66의 정취를 잘 담고 있는 마을로 손꼽힙니다. 루트 66을 통해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위시리스트’로 꼽힌다고 합니다. 머나먼 타국의 외지인인 저에게도 낭만적인 프로젝트로 남아 있지요. 석양이 쓸쓸함뿐 아니라 내일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는 것처럼요.

 

 

 

 

역시 루트 66을 지나던 애리조나 주 황야에서 본 석양 속 소의 모습. 

 

 

 

 

루트 66이 옛날 도로이다 보니 야산 지대를 지나갈 때도 있었습니다. 애리조나주를 지나던 중, 해지는 풍경을 뒤로하고 소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시에서 석양을 찍는 일은 매일 만나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지만 사진에 담기 까다롭습니다. 이런 소 사진은 보기도 어렵지만, 감성적으로 와 닿지 않으면 찍기 어렵지요. 감각이 살아 있어야 이런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 부쩍 기도하는 것 중 하나가 감각의 날을 세워 달라는 것입니다. 날이 서 있어야 예리하게 볼 수 있고, 예리한 칼이라야 정교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회 뜨는 장인의 칼 솜씨는 생선이 회가 떠져 있어도 물에 넣으면 헤엄을 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지요. 예리하다는 것은 섬세하다는 의미인데, 그 미묘한 차이를 갈라낼 수 있는 거지, 순간순간의 시간을 조각해낼 수 있는 거고요.

 

 

그래서 이 기도 제목은 바로 사진가의 기도 제목입니다. 뉴스로 접하나 현실로 접하나 상황은 암담할 수 있는데, 시선을 달리하다 보면 세월은 우리와 상관없이 흐르고 있더군요. 해는 뜨고 또 지고 자연은 나름대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사진들을 보면서 그때의 감성이 살아나고, 현실에 매일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 싶더라고요. 흔한 말로, 세월이 무정해서 지금은 고맙기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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