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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패션현장

[더, 오래] 트라이시클 선물에 환호성…필리핀 뒷골목의 그 소년

  • 작성일 2022-07-11

여섯 가족 중부모를 포함하여 듣고 말하고 수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아홉 살 꼬마 앨빈뿐이다.

앨빈의 집으로 가는길은 이렇듯 좁고 축축했다. [사진 허호]

   

   

   

   

필리핀 뒷골목을 다니면 거의 하늘을 뒤덮다시피 한 많은 빨래가 눈에 띕니다. 처음에는 여기선 힘들어도 열심히 옷을 빨아 입는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빨래로 일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었습니다. 필리핀뿐 아니죠. 여러 나라에서 빨래는 기술이나 조건이 거의 필요 없는 노동입니다. 냇가만 있으면 되고 들어가는 재료비가 거의 없으니까요. 어딘가는 수도관이 깨져서 거기에서 솟아 나오는 물로 빨래해서 사는 가정도 봤습니다. 이들에게 맡겨진 옷도 고급이 아니죠. 많이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질보다는 양으로 가난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저 노동으로 보였습니다.

   

   

이렇듯 빨래는 앨빈이라는 필리핀 컴패션 아이의 가정에서 엄마가 벌어들이는 유일한 수입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결핵으로 가끔 일용직으로 일할 뿐이었습니다. 이 여섯 가족 중 엄마·아빠를 포함해 유일하게 듣고 말하고 수화까지 할 줄 아는 사람은 아홉 살 앨빈뿐입니다. 그러기에 부모는 세상의 유일한 통로이자 가장 강력한 희망의 근거인 앨빈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컴패션에 등록함으로써 그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앨빈네 집으로 갈 때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갔습니다. 길은 어둡고 벽은 축축해 우리는 벽에 닿을세라 옆으로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하지만 앞장서서 달려 나와 우리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앨빈은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자유로웠습니다. 어두컴컴한 골목 끝 환한 햇빛 아래 앨빈이 웃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여섯 식구가 산다. 밤이면 부모와 돌 지난 아기는 바닥에서, 큰 아이들은 위아래 선반에서 물건들과 함께 잔다. 책상은 선반 한 켠을 활용하거나 의자 하나를 가져오면 끝난다. [사진 허호]

   

   

  

  

한 평 남짓한 한 칸짜리 셋방으로 여섯 식구 앉기도 힘들어 보였습니다. 잠은 어떻게 자냐고 묻자 큰애들은 선반에서 자고 엄마와 아빠, 돌 지난 막내는 바닥에서 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표정은 정말 밝았습니다. 앨빈의 엄마는 빨래를 하면서도 남편과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알뜰살뜰 보살폈습니다. 결핵을 앓고 있어 일을 할 수 없지만 엄마를 도와 빨래를 너는 아버지의 쭉 뻗은 팔에는 가족을 향한 애정과 책임감이 쑥 솟아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앨빈은 자신이 배운 것으로 형·누나를 도와줍니다.

  

  

앨빈 가족의 사정을 알게 되었을 때, 빨래 외에 추가로 수입을 올리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의존적이지 않으면서 추가로 수입원이 될 수 있는 트라이시클을 해주기로 하였습니다. 가족에게 트라이시클을 보여주었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첫 시승식으로 앨빈을 뒤에 태우고 골목을 달릴 때 아빠는 정말 행복해 보였고 뒤에 탄 앨빈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쳤습니다.

  

  

  

   

아이들이 컴패션에서 후원 받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행복하고 감사했다. 추가로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도록 트라이시클을 선물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자부심이 이들에게 가득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희망이라는 통로가 얼마나 큰 일을 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사진 허호]

  

  

  

    

한 번 손님을 태워 벌 수 있는 돈은 8페소인데, 뒷골목 셋방 옆에 붙은 구석 셋방이어도 이들이 사는 방세가 한 달에 4000페소. 트라이시클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한 환경에 더해 이 가정에는 장애까지 더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과 누군가 함께했다는 희망, 그 자체가 중요해 보였습니다. 그 희망만으로 미래를 계획해 볼 수 있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는 것 같았습니다. 이 행복한 장면을 찍은 2~3년 후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잠시 상실감을 갖게 했습니다. 드라마로 치면 해피엔딩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희망이 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줄 것이기에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며 기대감은 더욱 커집니다.

  

  

누군가 저에게 컴패션 사진 중에서 아버지를 찍을 때 좀 더 다가가 찍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앨빈네 가족사진도 혹시 그런가 싶었습니다. 부각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부주제와 거리를 두어 강약이 되게끔 찍는 것입니다. 이 사진에서 보이는 아버지는 자부심과 희망이었습니다. 당시 아홉 살 앨빈에게 꿈을 물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가족을 잘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경찰이 될 거예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지금쯤 다른 꿈을 꾸게 됐을지, 어릴 때 꿈처럼 정말 경찰이 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였던 앨빈이 단단한 희망의 토양에 선 것을 봤을 때, 가족을 잘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만큼은 잘 지켜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출처: 중앙일보] 트라이시클 선물에 환호성…필리핀 뒷골목의 그 소년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여섯 가족 중부모를 포함하여 듣고 말하고 수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아홉 살 꼬마 앨빈뿐이다.

앨빈의 집으로 가는길은 이렇듯 좁고 축축했다. [사진 허호]

   

   

   

   

필리핀 뒷골목을 다니면 거의 하늘을 뒤덮다시피 한 많은 빨래가 눈에 띕니다. 처음에는 여기선 힘들어도 열심히 옷을 빨아 입는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빨래로 일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었습니다. 필리핀뿐 아니죠. 여러 나라에서 빨래는 기술이나 조건이 거의 필요 없는 노동입니다. 냇가만 있으면 되고 들어가는 재료비가 거의 없으니까요. 어딘가는 수도관이 깨져서 거기에서 솟아 나오는 물로 빨래해서 사는 가정도 봤습니다. 이들에게 맡겨진 옷도 고급이 아니죠. 많이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질보다는 양으로 가난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저 노동으로 보였습니다.

   

   

이렇듯 빨래는 앨빈이라는 필리핀 컴패션 아이의 가정에서 엄마가 벌어들이는 유일한 수입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결핵으로 가끔 일용직으로 일할 뿐이었습니다. 이 여섯 가족 중 엄마·아빠를 포함해 유일하게 듣고 말하고 수화까지 할 줄 아는 사람은 아홉 살 앨빈뿐입니다. 그러기에 부모는 세상의 유일한 통로이자 가장 강력한 희망의 근거인 앨빈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컴패션에 등록함으로써 그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앨빈네 집으로 갈 때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갔습니다. 길은 어둡고 벽은 축축해 우리는 벽에 닿을세라 옆으로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하지만 앞장서서 달려 나와 우리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앨빈은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자유로웠습니다. 어두컴컴한 골목 끝 환한 햇빛 아래 앨빈이 웃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여섯 식구가 산다. 밤이면 부모와 돌 지난 아기는 바닥에서, 큰 아이들은 위아래 선반에서 물건들과 함께 잔다. 책상은 선반 한 켠을 활용하거나 의자 하나를 가져오면 끝난다. [사진 허호]

   

   

  

  

한 평 남짓한 한 칸짜리 셋방으로 여섯 식구 앉기도 힘들어 보였습니다. 잠은 어떻게 자냐고 묻자 큰애들은 선반에서 자고 엄마와 아빠, 돌 지난 막내는 바닥에서 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표정은 정말 밝았습니다. 앨빈의 엄마는 빨래를 하면서도 남편과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알뜰살뜰 보살폈습니다. 결핵을 앓고 있어 일을 할 수 없지만 엄마를 도와 빨래를 너는 아버지의 쭉 뻗은 팔에는 가족을 향한 애정과 책임감이 쑥 솟아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앨빈은 자신이 배운 것으로 형·누나를 도와줍니다.

  

  

앨빈 가족의 사정을 알게 되었을 때, 빨래 외에 추가로 수입을 올리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의존적이지 않으면서 추가로 수입원이 될 수 있는 트라이시클을 해주기로 하였습니다. 가족에게 트라이시클을 보여주었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첫 시승식으로 앨빈을 뒤에 태우고 골목을 달릴 때 아빠는 정말 행복해 보였고 뒤에 탄 앨빈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쳤습니다.

  

  

  

   

아이들이 컴패션에서 후원 받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행복하고 감사했다. 추가로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도록 트라이시클을 선물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자부심이 이들에게 가득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희망이라는 통로가 얼마나 큰 일을 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사진 허호]

  

  

  

    

한 번 손님을 태워 벌 수 있는 돈은 8페소인데, 뒷골목 셋방 옆에 붙은 구석 셋방이어도 이들이 사는 방세가 한 달에 4000페소. 트라이시클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한 환경에 더해 이 가정에는 장애까지 더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과 누군가 함께했다는 희망, 그 자체가 중요해 보였습니다. 그 희망만으로 미래를 계획해 볼 수 있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는 것 같았습니다. 이 행복한 장면을 찍은 2~3년 후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잠시 상실감을 갖게 했습니다. 드라마로 치면 해피엔딩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희망이 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줄 것이기에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며 기대감은 더욱 커집니다.

  

  

누군가 저에게 컴패션 사진 중에서 아버지를 찍을 때 좀 더 다가가 찍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앨빈네 가족사진도 혹시 그런가 싶었습니다. 부각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부주제와 거리를 두어 강약이 되게끔 찍는 것입니다. 이 사진에서 보이는 아버지는 자부심과 희망이었습니다. 당시 아홉 살 앨빈에게 꿈을 물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가족을 잘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경찰이 될 거예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지금쯤 다른 꿈을 꾸게 됐을지, 어릴 때 꿈처럼 정말 경찰이 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였던 앨빈이 단단한 희망의 토양에 선 것을 봤을 때, 가족을 잘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만큼은 잘 지켜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출처: 중앙일보] 트라이시클 선물에 환호성…필리핀 뒷골목의 그 소년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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