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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봉사 대상자 사진 찍을 때 손을 클로즈업하는 이유

  • 작성일 2023-10-09

태국 치앙마이에 사는 컴패션 어린이가 후원자에게 손 편지를 쓰고 있다.

손 편지에 담긴 수고가, 마음이, 그 눌린 자국에 새겨지고 있었다. [사진 허호]

  

 

 

 

사진의 기본은 클로즈업이라고 그래요. 사람한테서 클로즈업은 눈, 손, 발, 얼굴 등이지요. 사람마다 나타내는 감성은 다 다릅니다. 그 감성이 다른 걸 표현하는 건 눈이고 눈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가 있어요. 표정이라는 거죠. 클로즈업할 때, 그것을 더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클로즈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니까 어떤 걸 주목하고 싶거나 메시지를 더 드러내고 싶을 때 클로즈업을 좋아하는 편이죠. 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보고자 하는 그것을 분명하게 드러나기를 원할 때 클로즈업을 한다고 해야겠네요. 저는 클로즈업으로 자연스럽게 단순해지는 구성이 좋습니다. 사진의 프레임 안에서 구성 요소가 단순해질수록 주제는 강렬해지니까요. 그럴 때 좋은 사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믿는 편입니다. 손을 클로즈업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태국 북부 지역 한 마을에서 직물을 짜는 한 어머니의 손.

손끝은 거친 날염과 야외 일로 흙빛이 되었고 손은 주름으로 가득하다.

 

 

 

 

컴패션 어린이의 집 같은 생생한 현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사진에 담아야 할까요. 상황의 핵심적인 부분을 파악해야 합니다. 우선 객관적인 정보와 상황을 표현해야 하지요. 그 가정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환경, 가구나 옷, 살림살이를 알 수 있는 정보를 담아내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는 이들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꼭 필요한 사진입니다. 여기에 더해 감성적인 부분, 예컨대 눈이나 손 같은 곳을 분명하게 포커싱해 구체적으로 잡아내면 작가의 시선이 담긴 감성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해설하거나 정보를 담는 사진이 아닌, 찍는 사람이 갖는 사람에 대한 관점으로 담아야 할 때 클로즈업이 중요한 것이죠. 그런 관점이 없으면 클로즈업은 피해야 합니다. 이는 작가의 관점이나 그간의 교양 폭이 집약되어 찍히는 것이지 기술적인 부분으로 사진이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방글라데시컴패션 어린이의 손. 어린아이의 각종 노동으로 시달리고 있는 손이 아니라,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손이라는 생각에 찍는 어깨에도 흥이 돋는다.

 

 

 

 

물건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밥을 짓고…. 모든 만드는 행위는 거의 손으로 합니다. 기능성은 사실 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요. 내 사진 중에는 직물을 짜는 손도 있고, 오르간을 연주하는 손도 있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 손의 사진이 많이 있습니다. 마치 손의 기능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것처럼요.

 

 

정말 사람의 뼈 중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있을 정도로 손은 정교한 역할을 해냅니다. 어린아이는 소근육 발달로 두뇌를 자극한다든가, 일찌감치 젓가락질을 배우게 해 두뇌를 발달시킨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컴패션 현지에서 만나는 손들은 두뇌 발달을 이야기하기에는 거리가 참 멉니다. 너무나 많이 사용한 손은 나이가 비슷합니다. 왜 그렇게 빨리 나이가 드는지요. 주름지고 일찍 늙어버린 그들의 가느다란 손은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이리저리 할퀴고 제대로 돌보지 않은 채 하얗게 낙서해 놓은 듯한 흉터투성이 손, 피부병으로 알록달록해진 손, 온갖 잡일을 하는 바람에 딱딱한 굳은살로 가득 찬 손, 끊임없는 한계 이상의 노동으로 툭 튀어나온 관절이 나무옹이 같아진 손은 그들의 삶을 엿보게 됩니다. 어떤 위로의 말보다, 그저 꼭 잡아주고 싶은 그러한 손들입니다.

 

 

 

 

인도에서 만난 손이다. 교실 안에서 선물을 나눠주는 후원자를 보고 “나도요”를 외치듯 내밀어진 손이다. 선물을 향한 손이지만, 우리 눈에는 따뜻이 잡아주고 알아봐 달라는 손 같았다.

 

 

 

 

그간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마주하게 된 비대면, 비접촉 시대라는 것은 결국 단절을 의미하지요. 이제부터는 접촉의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원래 접속하고 연결되어 마음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것에서 사랑과 정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사회가 형성되고 이어갈 수 있었던 아주 기초적인 행위가 단절되었던 것입니다. 손에 남는 노동의 흔적에서 그 사람의 삶의 내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주름지고 각지고 수고한 손을 잡아 주는 것에서, 그 사람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습니다.

 

 

 

 

 

 

 

▼원문 바로보기(클릭)▼

[출처 : 중앙일보 더, 오래] 봉사 대상자 사진 찍을 때 손을 클로즈업하는 이유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태국 치앙마이에 사는 컴패션 어린이가 후원자에게 손 편지를 쓰고 있다. 손 편지에 담긴 수고가, 마음이, 그 눌린 자국에 새겨지고 있었다. [사진 허호]

  

 

 

 

사진의 기본은 클로즈업이라고 그래요. 사람한테서 클로즈업은 눈, 손, 발, 얼굴 등이지요. 사람마다 나타내는 감성은 다 다릅니다. 그 감성이 다른 걸 표현하는 건 눈이고 눈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가 있어요. 표정이라는 거죠. 클로즈업할 때, 그것을 더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클로즈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니까 어떤 걸 주목하고 싶거나 메시지를 더 드러내고 싶을 때 클로즈업을 좋아하는 편이죠. 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보고자 하는 그것을 분명하게 드러나기를 원할 때 클로즈업을 한다고 해야겠네요. 저는 클로즈업으로 자연스럽게 단순해지는 구성이 좋습니다. 사진의 프레임 안에서 구성 요소가 단순해질수록 주제는 강렬해지니까요. 그럴 때 좋은 사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믿는 편입니다. 손을 클로즈업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태국 북부 지역 한 마을에서 직물을 짜는 한 어머니의 손. 손끝은 거친 날염과 야외 일로 흙빛이 되었고 손은 주름으로 가득하다.

 

 

 

 

컴패션 어린이의 집 같은 생생한 현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사진에 담아야 할까요. 상황의 핵심적인 부분을 파악해야 합니다. 우선 객관적인 정보와 상황을 표현해야 하지요. 그 가정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환경, 가구나 옷, 살림살이를 알 수 있는 정보를 담아내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는 이들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꼭 필요한 사진입니다. 여기에 더해 감성적인 부분, 예컨대 눈이나 손 같은 곳을 분명하게 포커싱해 구체적으로 잡아내면 작가의 시선이 담긴 감성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해설하거나 정보를 담는 사진이 아닌, 찍는 사람이 갖는 사람에 대한 관점으로 담아야 할 때 클로즈업이 중요한 것이죠. 그런 관점이 없으면 클로즈업은 피해야 합니다. 이는 작가의 관점이나 그간의 교양 폭이 집약되어 찍히는 것이지 기술적인 부분으로 사진이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방글라데시컴패션 어린이의 손. 어린아이의 각종 노동으로 시달리고 있는 손이 아니라,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손이라는 생각에 찍는 어깨에도 흥이 돋는다.

 

 

 

 

물건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밥을 짓고…. 모든 만드는 행위는 거의 손으로 합니다. 기능성은 사실 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요. 내 사진 중에는 직물을 짜는 손도 있고, 오르간을 연주하는 손도 있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 손의 사진이 많이 있습니다. 마치 손의 기능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것처럼요.

 

 

정말 사람의 뼈 중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있을 정도로 손은 정교한 역할을 해냅니다. 어린아이는 소근육 발달로 두뇌를 자극한다든가, 일찌감치 젓가락질을 배우게 해 두뇌를 발달시킨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컴패션 현지에서 만나는 손들은 두뇌 발달을 이야기하기에는 거리가 참 멉니다. 너무나 많이 사용한 손은 나이가 비슷합니다. 왜 그렇게 빨리 나이가 드는지요. 주름지고 일찍 늙어버린 그들의 가느다란 손은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이리저리 할퀴고 제대로 돌보지 않은 채 하얗게 낙서해 놓은 듯한 흉터투성이 손, 피부병으로 알록달록해진 손, 온갖 잡일을 하는 바람에 딱딱한 굳은살로 가득 찬 손, 끊임없는 한계 이상의 노동으로 툭 튀어나온 관절이 나무옹이 같아진 손은 그들의 삶을 엿보게 됩니다. 어떤 위로의 말보다, 그저 꼭 잡아주고 싶은 그러한 손들입니다.

 

 

 

 

인도에서 만난 손이다. 교실 안에서 선물을 나눠주는 후원자를 보고 “나도요”를 외치듯 내밀어진 손이다. 선물을 향한 손이지만, 우리 눈에는 따뜻이 잡아주고 알아봐 달라는 손 같았다.

 

 

 

 

그간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마주하게 된 비대면, 비접촉 시대라는 것은 결국 단절을 의미하지요. 이제부터는 접촉의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원래 접속하고 연결되어 마음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것에서 사랑과 정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사회가 형성되고 이어갈 수 있었던 아주 기초적인 행위가 단절되었던 것입니다. 손에 남는 노동의 흔적에서 그 사람의 삶의 내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주름지고 각지고 수고한 손을 잡아 주는 것에서, 그 사람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습니다.

 

 

 

 

 

 

 

▼원문 바로보기(클릭)▼

[출처 : 중앙일보 더, 오래] 봉사 대상자 사진 찍을 때 손을 클로즈업하는 이유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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